얼마 전 ‘엄마학교’를 운영하는 서형숙 선생님께 선물을 하나 받았다. 탈색하지 않은 광목천에 바늘과 색실, 아이의 간식 덮개를 만들 수 있는 세트였다. 일상이 번잡스러운 맞벌이 엄마일수록 차분하게 앉아서 무언가를 만들어 보라는 게 선생님의 충고. 정말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씀이었지만, 아이의 간식조차 만들어주지 못하는 빵점짜리 엄마가 간식 덮개는 만들어 무엇 하랴. 그래도 색실과 바늘을 보니 학창 시절 가사 시간의 추억이 떠올라 무작정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간식 덮개를 완성하기 위한 방법은 오로지 홈질뿐! 너무나 간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쉬운 홈질도 시간을 따로 내서 할 여유가 없었다. 지하철로 오가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바느질을 했다. 처음에는 조선시대 여자가 된 듯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하루, 이틀, 사흘째 홈질을 하다 보니 문득 ‘아, 바느질도 마음 수련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느질을 하면 마음이 소박해진다. 더 좋은 차와 집을 사야 하고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입혀야 하고, 남들보다 더 뛰어난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욕심이 차차 사라진다. 또 바느질을 하면 마음이 느긋해진다. 내년에 학교 들어가야 하는데 셈이 늦어서 어쩌나, 다른 집 아이는 별별 것 다 시키던데 우리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등등의 불안감, 초조함이 누그러진다. 홈질을 하다가 내가 가장 행복했던 경험은 ‘아이들이 없었다면 내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스쳤던 그 순간이었다. 지금 당장 한번 해보시라.

바느질을 하면서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 만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아주 쉬운 과정도 있다. 엄마학교의 '북촌 작은집 조물락(造物樂) 교실(02-3672-3127, http://blog.naver.com/unan )'과 이그젝시스 드 스틸(아이)의 '로드마땅 클래스(02-518-6960)'가 대표적.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뜻 깊은 행사도 있다. 국제 아동 보호 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신생아에게 털모자를 떠주는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을 한다. 이곳 아기들은 영양 결핍으로 태어나 결국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에서는 작년 이 캠페인을 통해 20만 개의 털모자를 말라위에 전달했고 그 결과 말라위의 저체중 영아 사망률이 65%나 감소했다고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02-6900-4400, www.sc.or.kr)에서 판매하는 아기 털모자 손뜨개 키트(800원)를 이용해 모자를 완성한 뒤 협회로 보내면 앙골라와 라오스의 신생아들을 구하는 이번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남의 아이도 구하면서 또한 내 아이를 위한 마음 수련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니 많은 엄마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