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300억원(문화재청 추산)에 이르는 고려청자 발굴에 ‘1등 공신’을 한 주꾸미 공덕비가 충남 태안군 근흥면 안흥항에 세워진다. 문화재청과 충남도청, 태안군청은 9일 “지난 5월 15일 충남 태안군 대섬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온 몸에 뒤집어 쓴 채 어민 김용철(58)씨에게 잡혀 이 지역 고려청자 발굴에 지대한 공을 세운 주꾸미를 위해 공덕비를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수의 개 등 충견(忠犬) 공덕비는 세워진 일이 있지만, 주꾸미 공덕비 건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9일 “최근 이완구 충남지사와 고려청자 전시관을 건립하는 문제를 논의하던 중 ‘전시관 건립은 수중 발굴을 모두 마친 뒤에 검토하기로 하고, 이번 발굴을 가능하게 했던 주꾸미를 위한 공덕비를 먼저 세우도록 하자’고 제안했다”며 “이 지사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동의하기에 붓펜으로 공덕비 스케치도 그려서 주었다”고 했다.
태안군청 문화관광과도 “내년 상반기 건립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유청장의 스케치를 기준안으로 삼아 현상설계 공모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안 대섬앞바다에서는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약 2만여점의 고려청자가 발굴됐으며, 5000여점 이상의 청자가 인양을 기다리고 있다. 공덕비의 주인공인 주꾸미는 그러나 어민 김씨에게 잡힌 직후 큰 대야에 담긴 뒤 다른 주꾸미처럼 어촌계 위탁판매장에서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