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들 창·칼 들고 사원 지켜… 정부, 인터넷 폐쇄

입력 2007.09.29 00:13 | 수정 2007.09.29 13:24

미얀마 민주화 시위

군경, 한밤 사원 급습… 승려 수십명 구타·체포
보안군 철조망 통제 속 1만여명 양곤에서 행진
“시위대에 총 쏘지 말자” 군부 내 항명 움직임도

불교 승려들은 보안군의 사원 점거에 맞서 창과 새총을 들었다. 현지 외교가에선 “사망자 수가 수십명 선”이라는 정보가 돈다. 28일 미얀마 최대도시인 양곤과 만달레이의 시내 곳곳과 사찰에는 보안군이 철조망을 치고 통제에 나섰으나, 양곤에는 이날 또다시 1만여 명의 시위대가 거리 행진에 나섰다.

◆사흘째 이어진 유혈진압

학생과 젊은이 등으로 이뤄진 시위대 1만여 명은 이날 양곤의 중심부 술레탑(pagoda) 주변으로 모여 평화시위를 시작했으며, 미얀마 경찰은 시위대에게 경고사격과 함께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보안군은 또 전날밤부터 양곤과 만달레이의 사찰과 주변 교차로를 점거해, 28일 승려들의 시위 참여를 막았다. 27일 밤 만달레이의 포크 미앙 사원에 군경이 들이닥쳐 승려 50여 명을 곤봉과 군홧발로 구타해 체포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다른 사원의 승려들도 칼·창·새총 등으로 무장하고 24시간 경계에 나섰다고 태국에 본부를 둔 미얀마 망명정부 웹사이트 이라와디(Irrawaddy)가 전했다.

아세안(ASEAN) 소속 국가의 한 외교관은 “미얀마 군사정부가 우선 승려들의 시위 참여를 막은 뒤, 민간인 시위대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인도에 본부를 둔 인터넷매체 미지마 뉴스(Mizzima News)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이 아니면 다음엔 기회가 없다’며, 이번에 (군사정권을) 끝장내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도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 시위참가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터넷 폐쇄

미얀마 당국은 시위 및 강제 유혈진압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해외로 전파되는 것을 막으려고, 28일 오전 10시쯤부터 인터넷 접속을 모두 끊었다. 밥 데이비스(Davis) 미얀마 주재 호주 대사는 28일 “실제 사망자수가 정부가 인정한 숫자 10명의 수배”라는 비공식 집계숫자를 BBC방송에 말했다.

BBC방송 웹사이트에는 미얀마 국민과 현지 외국인들이 이메일로 보낸 유혈진압 참상이 계속 게재되고 있다. 와이(Wai)라고 밝힌 양곤 시민은 “군경이 총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여놓고 이러한 비인간적 행위를 감추려고 서둘러 시체를 치운다”며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구경꾼들까지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전했다. 양곤의 한 병원 관계자는 “한 스님이 뇌가 노출될 정도로 머리를 크게 다쳐 실려왔다가 곧바로 숨졌다”며 “군사정권이 총 개머리판으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때린다”고 말했다.

◆“군부 최고지도부 내 갈등” 소문

미지마 뉴스는 “소식통에 따르면, 군의 2인자인 마웅 아예(Aye) 장군과 그 추종자들이 ‘군중에게 발포하면 안 된다’면서 군정 지도자인 탄 슈웨(Shwe) 장군과 이견을 빚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승려를 죽이면 지옥에 간다”는 말도 군인들 사이에 나돈다.

홍콩 빈과일보는 또 “미얀마 군부 안에서 ‘인민애국무장부대 연맹’이 조직됐다”는 소문이 돈다고 28일 보도했다. 이 조직은 군부 내 일종의 항명 움직임으로 승려와 학생, 민주 인사 등에 대해 발포를 하지 말자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한국 대사관측은 26일부터 교민들에게 시위상황 등을 담은 ‘뉴스레터’를 매일 발송하고 있고, 800여 명의 교민들 간에 비상 연락망을 가동했다. 아직까지 현지 교민들의 기업체 활동에는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고 현지 교민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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