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신정아' 거짓말 행각에 충격

입력 2007.09.28 12:38 | 수정 2007.09.28 13:41

명문대 출신 위장 9·11 생존 감동스토리 모두 '가짜'

한국에서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구조된 뒤 명문대 출신으로 학력을 위조한 신정아씨 사건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명문대 학력과 9·11테러 생존스토리를 조작한 한 여성의 거짓말 행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1년 9·11테러 당시 극적으로 살아난 여성생존자 타냐 헤드씨의 감동적인 사연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보도했다.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 남쪽 건물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것으로 알려진 헤드씨는 그동안 9·11테러 생존자 단체인 WTC 생존자협회 회장과  ‘그라운드제로’(테러참사현장)의 관광가이드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감동적인 생존스토리를 전해왔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타냐 헤드씨 / NTT 홈페이지 기사 캡처

그동안 헤드씨가 밝혀온 스토리는 여러 극적요소가 겹쳐 많은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줬다.

헤드씨는 하버드대 학사와 스탠퍼드 석사 출신으로 WTC에 있는 메릴린치사의 인수합병(M&A)팀에서 근무하던 엘리트 여성이었다.

그녀는 지난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46분 첫번째 테러 비행기가 WTC 북쪽 타워에 충돌했을 당시 남쪽타워 96층에 있었다. 두번째 비행기가 충돌했을 때에는 남쪽타워를 떠나기 위해 78층에서 고속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비행기 충돌로 화재가 발생했고,불길에 휩싸인 한 남자가 그녀에게 부인에게 전달해 달라며 자신의 결혼 반지를 건네줬다.

옷에 불이 붙어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주식트레이더이자 자원봉사 소방관인 웰리즈 크로서(24)씨였다.

당시 크로서씨는 남쪽타워의 유일한 계단으로 여러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그녀가 의식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헤드씨의 옷에 붙은 불을 끄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생명을 구했던 크로서씨는 결국 남쪽 타워에서 숨을 거뒀다.

이어 병원으로 옮겨진 그녀는 5일뒤 의식을 되찾았고,약혼자인 데이브가 북쪽타워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와 데이브는 10월 결혼을 약속하고 9·11테러 직전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다.

그녀는 테러 당시 비행기가 충돌했던 지점 위에 있었던 사람중 살아난 19명중의 한명이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추적결과 헤드씨가 주장했던 이같은 생존 스토리 중 사실로 증명이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는 헤드씨가 학교에 다녔던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메릴린치사도 그녀를 고용했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죽기 직전 헤드씨에게 반지를 건네줬던 남자의 신원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헤드씨는 테러 몇달 뒤 부인에게 반지를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가족의 신상은 공개한 적 없다.  

약혼자 데이브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그녀와 데이브의 관계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후 약혼자 데이브를 추모하기 위해 ‘데이브어린이재단’을 설립했다고 했지만 미국 연방정부나 뉴욕주에는 그런 자선단체가 등록된 기록이 전혀 없다.

헤드씨의 한 지인은 지난 주말 그녀가 전화통화에서 “데이브와의 관계는 환상이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타냐는 자신이 외교관의 딸이라고 말해왔고,생존자협회의 홈페이지에는 투자싱크탱크의 전략적 제휴담당 수석 부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한 강연을 했던 한 학교에 배포한 이력서에서는 “앤더슨 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입사한 이후 미국과 영국,아르헨티나,프랑스,싱가포르,네덜란드에서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일을 했다”고 적었다.

WTC생존자협회는 뉴욕타임스가 그녀의 경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헤드씨를 회장에서 해임하고 홈페이지에서도 그녀의 이름을 삭제했다.

뉴욕타임스는 9·11테러 당시 그녀의 경험에 대해 인터뷰하기 위해 헤드씨에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프라이버스와 감정적 혼란 등을 이유로 3차례 인터뷰를 취소했고,자신의 사연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어떤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헤드씨의 변호사는 “나와 헤드씨는 사연의 진실과 관련해 아무 것도 할 얘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헤드씨는 9·11 희생자 관련 단체에서 일하면서도 어떤 재정적인 이익도 취한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그녀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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