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프린스작가 이선미

  • 조선닷컴
    입력 2007.09.23 19:16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6회분에서 한결(공유)이 윤찬(윤은혜)에게 ‘한 번만 안아 보자’고 하는 대목이죠. 은찬이 남자인 줄 아는 한결의 갈등과 설렘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장면이라서요.”

    올해 7월과 8월 전국민은, 아니 전국민의 10~20% 정도는 MBC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이하 커프)’에 푹 빠져 들었다.


    ‘커프’ 신드롬으로 공유, 이선균 등 연기자들이 여성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드라마 배경이었던 홍대 앞 커피숍은 팬들의 ‘성지’가 됐다. 드라마 홈페이지에는 최근에도 드라마를 잊지 못하는 혹은 속편을 원하는 드라마 ‘커프 폐인’들도 넘쳐난다.


    이 드라마 원작이 된 ‘커피프린스 1호점’의 작가이자 드라마 대본까지 직접 쓴 이선미(여·36)씨를 월간 톱클래스 10월호에서 인터뷰했다.


    이씨는 데뷔 8년차 로맨스소설 작가다. 이씨가 쓴 ‘커피프린스 1호점’ 외에 6년 전에 쓴 ‘경성애사’도 최근 KBS에서 드라마 ‘경성스캔들’로 재탄생 했다. 속된 말로 요새 물 만난 셈이다.


     이씨는 “ ‘경성 스캔들’의 경우 판권이 올해 팔렸다”며 “ ‘내 이름은 김삼순’, ‘헬로 애기씨’ 등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유행하면서 저도 덩달아 주목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가 돼지해인데 황금돼지띠라서 운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 작품의 ‘대박’ 이유를 운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작가로 활동한 8년 동안 한 해 3~4편, 총 스무 편 가량 로맨스 소설을 썼으며, 일할 때는 하루 14시간씩 집중해서 강행군을 한다.


    어림잡아 1400여 명 정도의 로맨스 소설가가 있고, 한 달 60~100권의 로맨스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작지만 경쟁이 심한 국내 로맨스소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소재가 신선하고 구성이 탄탄해야 한다. 이씨는 “프리랜서인 직업의 특성상 자칫 나태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계획적이고 짜임새 있게 일하려고 애쓰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번 작품의 대본 작업을 직접 하게 된 것은 이윤정 PD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원작자가 직접 각색을 하면 감성선이 더 잘 살지 않겠느냐는 거였죠. 드라마 대본은 써본 적이 없으니 작법 책 한 권 읽을 시간이라도 달라고 했더니 ‘그냥 일단 해보라’고 밀어붙이시더군요. 처음에는 A4 80매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작업을 하느라 밤을 새기 일쑤였는데 ‘발리에서 생긴 일’, ‘신입사원’ 등을 쓴 부부작가로 유명한 이선미 작가가 공동 작업에 합류하면서 부담을 줄일 수 있었어요. 이선미 작가와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아서 ‘이정아’라는 필명을 제가 사용한 것이고요.”


    이씨는 ‘남장 여자’ 은찬과 한결의 러브스토리가 동성애 코드로 부각되었던 것에 대해 “의외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감독님과 저는 단지 싱그러운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한결의 마음은 그저 은찬을 좋아한 거고, 은찬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었을 뿐이에요. 제작진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꿰뚫어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저 또한 놀랐습니다. 저희는 그냥 예쁜 사랑으로 다룬 것뿐인데….”


    이씨는 ‘빨강머리 앤’, ‘캔디’와 같은 순정물을 좋아하고 소설·영화·드라마·만화를 가리지 않고 섭렵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증권회사에 취직했지만 천성을 버리지 못해 1999년 모 로맨스 소설 공모전에 ‘아란야의 요정’이 우수작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생생한 로맨스 소설을 쓰는 작가라 한 번쯤 실제 ‘로맨스’에 빠졌을 법 하지만 이씨는 “연애 경험도 별로 없는 숙맥”이라고 고백했다. 이상형은 “ ‘프린스’들을 모두 합쳐 놓은 남자”란다. 이씨는 “이렇게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반영되어야 비로소 로맨스 소설이죠. 로맨스소설 안에서는 사랑이 변하지 않아요. 결말은 언제나 해피엔딩이고요. 슬프거나 우울하게 끝난다면 로맨스 소설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대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아왔으며 곧 독립해 서울로 둥지를 틀 예정인 그는 “처음 로맨스 소설을 쓰겠다고 했을 때 극구 만류했던 부모님이 이제 다음 드라마는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것도, 드라마를 쓰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더 많이 공부해야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두 분야에서 모두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또 다른 ‘커피프린스 2호점’ ‘대박’을 소망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