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16일 서울 서부검찰청에 전격 소환되고, 신정아씨도 이날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음에 따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또 ‘부적절한 친분’ 사이로 알려진 두 사람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서부지검은 이날 오후 2시 변 전 실장을 소환한 데 이어 이날 오후 귀국한 신씨도 오후 6시40분쯤 소환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건물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경우에 따라선 대질 조사까지 받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두 사람을 비슷한 시간대에 맞춰 소환한 것은, 진술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 대질조사 필요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별 조사를 하겠지만, 일부 진술이 맞지 않는다면 대질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정아씨 권력 비호 의혹과 관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씨가 모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은 16일, 기자들이 서울서부지검 청사 앞에서 다른 조사대상이 있는지 등을 체크하고 있다.

두 사람이 검찰 조사실에서 대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국대 홍기삼 전 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변 전 실장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지만, 신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대·동국대 등에서 연락이 와 동국대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서로 진술과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가짜 학위 파문 과정에서 지난 7월 16일 미국으로 도피한 지 딱 2개월 만에 귀국했다. 신씨가 도피 이후 변 전 실장과 이메일이나 전화를 주고받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 전 실장의 개입 의혹 보도(본보 8월 24일자 A1·10면)가 나오기 전까지는 서로 지속적인 연락이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씨 무슨 혐의?

검찰은 신씨를 피의자 신분이라고 밝혀 사법처리를 전제로 조사 중임을 시사했다. 신씨는 일단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씨에게 적용될 혐의는 학력위조(사문서 위조와 행사)와 업무 방해, 공무집행 방해 등이다.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측은 신씨가 예일대 박사 학위를 위조해 제출,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검찰에 고소장을 내놓은 상태다. 두 건의 고소는 검찰 수사의 출발점이었다. 검찰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 가짜 학위 파문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고소된 혐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겠다”고 했다. 또 신씨의 이메일에서 변 전 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확인됐을 때도 “수사의 초점은 고소된 혐의”라고 말했다. 고소된 내용들이 신씨에 대한 범죄 혐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은 신씨 계좌 추적, 통화내역, 자택,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신씨에게 다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에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신용불량자 신씨가 증권계좌에 5억원대의 잔고를 갖고 있는 사실을 확인, 자금 출처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기업의 성곡미술관 전시회 후원금의 일부를 신씨가 횡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또 검찰은 신씨가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기획예산처 등에 미술품 판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잡고 있다. 신씨가 정부부처에 미술품을 파는 대가로 성곡미술관측으로부터 일종의 ‘커미션’을 받았다면 ‘배임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변 전 실장의 혐의는

검찰은 변 전 실장을 상대로는 기획예산처 차·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직위를 이용, 신씨를 부당하게 도와줬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이다. 신씨가 학예실장으로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에 기업의 후원이 쏟아진 배경과 관련, 변 전 실장이 ‘입김’을 넣고, 그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이 있는지도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