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의 시대가 온다

  • 다롄=김현진 산업부 기자

    입력 : 2007.09.14 11:19

    中다롄서 열린 다보스 포럼, 세계를 바꿀 패러다임 토론
    참여와 협력을 통한 변화, 웹공간서 정치·외교·경영으로

    ‘다보스 포럼’이 아시아에 왔다. 지난 8일, 에어 차이나(Air China) 데이비드 리다오퀴(David Li Daokui·오른쪽) 회장과 퍼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의 CEO 모리스 레비(Maurice Levy·왼쪽)가 중국의‘2008 베이징 올림픽 성공 모델’에 대한 토론을 앞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WEF 제공
    “2.0의 시대가 온다.”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은 ‘2.0의 시대’가 왔음을 세계에 공표한 자리였다. ‘리더십 2.0’ ‘국가 2.0’ 등 세계 지형도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을 새로운 키워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웹 공간에 갇혀 있던 ‘2.0 식 사고’는 이제 정치·외교·경영·리더십의 영토로 확대되고 있다. 야후(yahoo)를 밀어내고 구글(google)의 시대를 연 ‘웹 2.0’이 단순한 기술을 지칭하는 용어를 넘어 어느새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2.0은 기존 질서에 ‘참여’와 ‘협력’이라는 두 개의 가치를 더한 혁명적인 변화를 뜻한다. 누구나 글을 쓰고 고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전 세계인들이 채워 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지식 저장고를 탄생시켰다.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유투브(Youtube)는 전세계를 UCC 열풍 속으로 몰아 넣었다.

    하계 다보스포럼에 모인 비즈니스 리더들은 2.0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리더, 기업, 국가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치열하게 탐색했다.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탐구된 ‘확장된 2.0의 세계’를 소개한다.

    ■ 리더십 2.0 원칙 ―‘두 명을 위한 식탁’

    이번 포럼은 2.0 리더들을 위한 잔치였다. ‘새로운 챔피언들(New Champions)’이라는 주제답게, 세계적 거대기업보단 연간 매출액이 1억∼50억달러 사이에 머물고 있지만 연평균 15% 이상 무서운 질주를 하고 있는 신생 글로벌 성장기업들이 포럼의 ‘주연’ 역할을 맡았다. 기존 거물급 인사들보다 10~20년 뒤 세계경제포럼을 이끌어 갈 가능성 있는 인재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렇게 모인 2.0 리더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렇게 규정했다.

    “머릿속엔 국경이 없다” “태생적으로 세계 시장을 보는 눈도 갖췄다” “고객을 이해하는 데 ‘선수’들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애초에 없다” “생각도 다르다.”

    2.0 시대를 이끌어 갈 리더들은 ‘상식적인 개념’을 거부한다. 기존 사회공헌활동의 개념을 깨뜨린 ‘두 명을 위한 식탁(table for two)’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기업들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관련 비용을 따로 편성해 왔다면, ‘두 명을 위한 식탁’이란 시스템은 ‘기업의 이윤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기존 사회공헌 논리의 틀을 과감히 깨뜨렸다.

    구내 식당 식단을 짤 때 한 명당 먹게 되는 메뉴에서 5~10㎉씩을 절감한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되면 1인당 식단구성 비용 중 평균 2센트를 아낄 수 있다. 선진국 사람들은 한 끼당 그만큼 덜 먹게 되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지구 반대 편엔 하루에 5~10㎉를 먹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식단 구성 비용 중 5~10㎉를 절감, 아낀 비용만큼을 어디선가 굶주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기부한다면? 직원들이 매일매일의 점심 시간을 뿌듯하게 느끼지 않을까.

    이는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해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재료 구입 비용 중 절감된 부분이 자연스레 기부금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독특한 기법으로 홍보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는 윈·윈 모델이다. 차세대 리더 포럼의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아이크만은 이를 “21세기 리더들의 사고 방식이 전형적으로 드러난 예”라고 지칭했다.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왑은 “혁신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효성 그룹의 조현상 전무는 “이런 아이디어가 차세대 리더들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나왔다”며 “한국에도 이러한 사회 공헌 방식을 전파할 방침”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다르게’ 보는 능력과 함께, 새로운 챔피언들은 고객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술적인 요건 역시 갖췄다. 어려서부터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에 익숙해 국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소비자들과 생산자의 경계를 좀더 과감히 깨뜨릴 줄 안다. ‘소비자들을 아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개념을 갖는 이들은 비즈니스 모델 속에서 프로슈머(prosumer) 개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제품 개발을 할 때에 소비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웹이라는 도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 기업 2.0의 조건 ― 정부를 교육할 것

    21세기를 이끌어갈 기업 2.0은 어떤 유전자를 지닐까. 새로운 시대의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 진출할 때 더 이상 각국 정부의 일방적인 논리에 매몰돼선 안 된다. 여기에도 ‘참여’의 논리가 더해진다. 기업 2.0들은 한발 더 나아가 각국 정부 정책 기관들을 ‘교육’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기존 기업들이 각국의 규제 체계에 매몰되고 순응할 뿐이었다면, 2.0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각국 정부의 규정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한다.

    다국적기업의 대명사인 코카콜라의 네빌 이스델회장은 “새로운 시대의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부당한 무역 규정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보다 강력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국적 기업들의 효율을 높이는 정책이 곧 외자유치에 도움이 되고, 해당 국가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을 여는 게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똑똑한 로비 기법이 필요하다. IMD 장피에르 레만 교수는 “똑똑한 로비가 결국 기업을 살린다”며 “진출하려는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자(key player)들이 누군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해당 산업의 NGO와 팀을 이루거나, 해당 산업 분야의 내국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2.0 기업들이 직면하는 최대 도전 과제는? 단연 ‘지속적인 성장’이다. 창업을 하는 것과 일단 사업을 시작한 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성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어떤 시점에 다다르면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보다 진화되고 복잡한 경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 한 명의 천재 CEO가 기업의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경영 방식이 더 이상 먹혀 들지 않는다. 팀을 중심으로 하는 수평형 경영 체계 역시 좀더 조직화되고 세분화된 새로운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

    이로 인해 고성장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외부에서 새로운 리더들을 영입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베이의 맥 휘트먼(Whitman) 영입이다. “누구나 어떤 물건이든 사고 판다”는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연간 2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던 이베이 창업자 오미디아르는 거액의 스카우트비를 지급하면서까지 휘트먼을 전격 스카우트했다. 휘트먼은 컨설턴트·경영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익힌 치밀한 데이터 분석력으로 이베이가 초고속 성장궤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 국가 2.0의 법칙 ― 가장 가까운 나라와 최대한 다른 표정을 지을 것

    2.0의 시대에 새로운 챔피언으로 등극할 국가들의 DNA는 뭘까. 2.0 국가들은 주변 국가들과의 극적인 차별화 전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함께 망하고 함께 흥한다’라는 오랜 지역의 연대를 과감히 깨뜨릴 줄도 안다.

    이번 포럼에서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세션은 바로 ‘뜨거운 성장 지역(growth hotspot)’ 시리즈였다. 북미·유럽·중동·중국·일본·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각 지역의 ‘뜨는’ 국가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소개하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신성장글로벌기업 총책임자 제레미 유르겐스(Jurgens)는 “참가자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단연 남미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남미의 신데렐라로 각광 받는 콜롬비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콜롬비아는 몇 년 동안의 불황 끝에 현재 미니붐(mini boom)을 누리고 있다. 콜롬비아의 주식 시장 시가 총액은 2002년 이후 현재까지 4배 이상 뛰었다. GDP 성장률은 올해 8%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구조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수출량의 증가 폭도 원자재 부문보다 제조업 부문에서 높게 나타난다. 다국적 기업들이 인근 남미 국가들에 진출하기 위해 두드려보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비결은 베네수엘라 등 인근 국가들과의 ‘극적인 차별화’였다. 콜롬비아는 원유 산업을 국유화하고 좌파 정권이 들어선 베네수엘라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산업 구조를 과감히 개방하는 한편, 국유 기업들을 민영화하고 있다. 콜럼비아 기업들은 필요없는 자회사들과 자산을 매각하며 핵심 역량을 찾는 과정에 골몰하고 있다.

    콜롬비아 무역·관광산업부 장관 루이 플라타(Plata)는 “베네수엘라가 갖고 있는 게 우리에겐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득이 됐다”며 “결국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우리만의 특징을 살린 게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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