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뜰 안을 거닐던 신정아씨

조선일보
입력 2007.09.12 22:46 | 수정 2007.09.12 22:52

신정아씨가 작년 두 차례 청와대 비서실을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국대 교수로 미술계를 주름잡던 시절이다. 작년 8월엔 아는 청와대 행정관을 방문해 境內경내를 구경했고, 9월엔 변 실장을 만나러 갔다가 변 실장 대신 변 실장 보좌관과 만났다.

변 전 실장이 신씨의 가짜 학위 파문을 무마하려 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게 지난달 24일이다. 그로부터 20일이 지나서 드디어 청와대는 신씨의 청와대 출입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민정수석실에서 청와대 出入출입 기록을 한번 훑어보기가 그렇게 힘들었다는 말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12일에도 “민정수석실엔 强制力강제력 있는 수사권이 없어 (사실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 변명했다. 출입자 대장을 뒤져 보는 일에 무슨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청와대 대변인은 TV 앞에서 ‘변양균 실장과 신정아씨의 개인적 친분은 없다’는 對대국민 브리핑을 해 왔다.

청와대가 갑자기 제정신이 들어 신씨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신씨가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청와대 여비서관들과 알고 지냈다”고 말한 게 공개되자 마지못해 한 일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뒤늦게 신씨의 청와대 출입을 확인한 것도 미심쩍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씨가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이 외부 전문가 강의를 듣는 ‘상춘 포럼’ 프로그램의 강사로 거론돼 담당 행정관과 접촉한 일도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돌았기 때문이다. 신씨가 딱 두 번 청와대를 방문했을 뿐이라는 청와대 말이 사실인지 어쩐지조차 청와대 사람들 말만 듣고는 알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신씨의 청와대 관련 의혹이 규명되려면 청와대가 신씨와 관련된 청와대 內내 모든 자료를 자진해서 검찰에 제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씨가 몇 차례 청와대를 방문해 누구와 만났는지에 관한 청와대 출입기록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변 전 실장의 사무실 컴퓨터를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 그 속에 변 전 실장의 직권 남용 관련 단서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변씨의 사무실 컴퓨터엔 국가정책 機密기밀도 들어있어 곤란하다는 것은 이유가 안 된다. 2005년 8월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수사 때 검찰은 국정원 협조를 받아 관련 문건과 컴퓨터 자료를 일일이 확인해서 필요한 부분만 걸러내 複寫복사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했다. 변 전 실장 사무실 조사도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청와대가 非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신씨의 압수수색에도 44일이 걸릴 정도로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검찰이 또 얼마나 늑장을 부릴지 모른다. 그러면 그럴수록 청와대 관련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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