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전, 곧 바닥난다?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07.09.12 00:04

    고유가 행진에도 생산 줄여 의문 증폭
    새 유전 찾는 굴착·시추도 부쩍 늘어

    세계 제1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10월호가 보도했다.

    작년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약 700만 배럴로 전 세계 수출 물량의 19%를 차지했다. 여전히 세계 1위이지만 생산량은 작년 봄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수요 부족 탓”이라고만 설명하지만 일부에서는 매장량 고갈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2005~2006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74달러로 치솟아 고유가 행진을 이어갈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減産)을 한 것은 수요 부족 탓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산유국들은 유가가 오르면 대개 생산량을 늘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는 1995년에 개발을 포기한 카티프 해상 유전을 재개발키로 하는 등 새 유전을 찾기 위한 굴착·시추 사업을 3년 새 3배나 늘렸다. 이 때문에 기존 유전들이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미 캘리포니아 대학(데이비스 분교) 컴퓨터공학 조교수 출신의 스튜어트 스태니포드(Staniford) 박사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질 자료와 30여년간의 원유 생산량 추정치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절반이 생산되는 가와르(Ghawar) 유전에 대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 유전에선 물을 주입해 위로 떠오르는 원유를 뽑아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수위가 올라갈수록 잔존 원유량은 줄어들게 된다. 이 유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유전 북쪽의 원유층 두께는 1970년대 후반 150~160m였지만, 스태니포드 박사의 계산에 따르면 이곳 수위는 연평균 5~6m씩 상승해 지금은 원유가 거의 고갈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직 가와르 유전 남쪽엔 원유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지만, 북쪽의 생산량을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제1차 걸프전(1991년) 당시만 해도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원유 생산량이 도합 530만 배럴이나 줄어 석유 파동이 우려되자, 자국의 생산량을 단숨에 310만 배럴 늘려 유가를 안정시키는 등 위기 때마다 가격 조절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급속한 매장량 고갈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남아도는 원유로 유가를 안정시키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고 애틀랜틱 먼슬리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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