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모금해놓고 안내는 민노총

조선일보
  • 김연주 기자
    입력 2007.09.01 00:35

    FTA반대 분신한 허세욱씨 수술비로 7000만원 모아
    허씨 가족과 장례형식 갈등 빚은 뒤 “돈 못주겠다”

    민노총이 지난 4월 한미 FTA 협상 반대 시위 도중 분신 자살한 택시기사 허세욱(54)씨에 대한 치료비를 모금해놓고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치료비를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민노총은 “허씨의 수술비를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 병원에 전달했었다.

    민노총 조합원이자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허씨는 지난 4월 1일 한미 FTA 협상장소인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해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허씨는 3일 후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열흘 후인 4월 15일 패혈증과 화상 합병증으로 숨졌다.

    당시 가족들은 허씨가 수술을 받아도 소생 가능성이 확실치 않은 데다 비용 부담이 커 수술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민노총은 “수술비를 포함해 수술에 대한 일체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써 병원 측에 전달했다. 이후 민노총과 한미FTA저지 범국본은 허씨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모금 운동을 벌여 총 7000여만원을 모았으나 지금까지 치료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허씨의 진료비 총 6134만원 중 보험 처리된 금액을 뺀 본인 부담금은 총 2898만원이었다. 유족들이 이 중 500만원을 지불해 현재 2398만원이 남아 있는 상태다.

    허씨가 치료를 받은 한강성심병원 관계자는 “민노총에 수술비를 청구했지만 거절해서 가족들에게 최근 청구서를 보냈으나 아직 돈을 내지 않았다”며 “곧 건강심사보험평가원에 응급진료비 미수금에 대한 대불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사고가 발생했을 땐 도의적으로 허씨를 살려야 했기 때문에 수술을 시키기 위해 각서를 썼고 모금도 했었다”며 “하지만 허씨의 유족들이 장례절차에서 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에 돈은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민노총은 ‘민족민주노동열사 허세욱 동지 장례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허씨의 장례식을 사회장(社會葬)으로 치르려고 했지만 유족들은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족들은 사망 다음 날인 4월 16일 경기 성남 화장장에서 가족장을 지냈으며, 민노총은 후에 노제와 추모식을 따로 가졌다.

    우 대변인은 허씨의 치료비 모금액에 대해 “현재 6700만원을 가지고 있고 이는 앞으로 허씨 추모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금액 가운데 사용한 돈 500여만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쓰긴 썼는데 어떤 비용으로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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