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두음법칙 성씨 표기’의 또 다른 문제

조선일보
  • 구법회 인천 연수중 교장
    입력 2007.08.31 22:39

    정정신청 때 본인·직계에 한정 형제·사촌 간 표기 달라지는 모순

    ▲ 구법회 인천 연수중 교장
    대법원은 성씨(姓氏)를 한글로 표기할 때 한글 맞춤법의 두음법칙에 따라 적도록 했던 호적 예규를 고쳐 두음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개정 예규를 8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한글맞춤법 제11항을 보면, 본음이 ‘랴, 려, 례, 료, 류, 리’인 한자가 단어 첫머리에 놓일 때는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고 되어 있다. 성씨의 ‘양(梁), 여(呂), 염(廉), 용(龍), 유(柳), 이(李)’ 등도 이 규정에 따라 적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성을 ‘류, 라, 리’로 써 오던 사람도 호적에는 ‘유, 나, 이’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던 성씨들이 그 예외를 인정받아 ‘류, 라, 리’ 등으로 적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성씨 가운데 두음법칙 적용의 대상이 되는 성은 예를 든 이외에도 ‘림(林), 류(劉), 륙(陸), 로(盧)’ 등이 있다.

    그런데 개정 예규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규정이 까다로워서 두음법칙 관련 성씨의 표기가 오히려 복잡해져 혼란스러운 단점이 있다.

    우선 호적의 한글표기 정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한자 성의 본래 소리대로 사용한 경우에 한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주민등록 등·초본이나 학적부, 졸업증명서, 문중 또는 종중의 확인서 등 증빙서류 한 가지가 필요하다. 가령 호적상 ‘유(柳)’씨를 ‘류’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성을 ‘류’로 써왔다는 증거가 있어야만 정정 신청이 가능하다.

    다음은 한글표기 정정 허가가 나더라도 그 범위가 신청 당사자 본인과 직계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이아무개’라는 사람이 그의 성을 ‘리’로 쓰도록 법원의 허가 결정이 났다면, 본인과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 또는 그 아래로 자녀, 손자, 손녀 등 그 직계에 속하는 사람들만 ‘리’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사람의 형제나 사촌 간에도 함께 정정허가를 받지 못하면 성씨 표기가 달라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 새 예규는 문중이나 종중에서 합의를 하여 본관이 같은 성씨끼리 같은 표기를 하고 싶다고 해도 누군가 이들 전체를 대표해서 정정 신청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한 문중끼리 같은 표기를 하려면 모두 직계별로 따로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미 사회적으로 두음법칙을 적용해서 성씨를 표기해 온 사람들은 신청 자격이 없으므로 서로 다른 표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두음법칙 관련 성씨의 한글 표기는 10개의 성이 모두 정정 신청자가 있을 경우, 류씨와 유씨, 라씨와 나씨, 리씨와 이씨 등 20가지의 다양한 표기를 하게 된다. 유씨의 경우는 ‘柳’씨도 ‘류와 유’, ‘劉’씨도 ‘류와 유’로 적을 수 있으니 이미 한글 전용시대에 접어든 지금, 표기의 혼란으로 누가 우리 혈통에 가까운 성씨인지를 분별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개정 예규는 개인의 인격권이나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다 보니 조상의 뿌리를 중히 여겨 본관이나 내력을 따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결함이 있다.

    글쓴이는 문중이나 종중에서 합의를 본 근거를 제시하면 본관이 같거나 같은 혈통끼리의 성은 한 가지로 표기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우리 정서에도 맞고 한글 표기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예규에 따라 호적 정정 신청은 2008년 1월 한 달 동안 주소지 시·구·읍·면장에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내년부터는 호적법이 가족관계 등록부로 바뀌어 새로운 전산망을 구축한다고 하는데 그 안에 미흡한 부분은 합리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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