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샀더니 ‘총’을 버리더라

    입력 : 2007.08.14 00:33

    테러와의 전쟁 부드럽게… 印尼·필리핀의 성공모델
    체포한 조직원들 가족엔 정부가 생활비 보내주고
    무장세력 준동 지역엔 병원·화장실 지어주고… JI·아브 사야프 세력 약화

    “테러와의 전쟁, 동남아에서 배워라.”

    무수한 폭탄 테러와 납치로 악명높던 동남아의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이 요즘 맥을 못 춘다. 미국식(式) 강경 일변도 진압이 아니라 현지 주민을 돕고 포로를 감화시키는 유연한 전술이 효과를 내면서 ‘테러와의 전쟁’의 새 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각각 4년과 6년째 막대한 돈과 군사력을 퍼붓고도 죽을 쑤고 있는 미국이 기억해둘 만하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국제판 최신호(20일자)가 소개했다.

    ◆눈부신 전과

    1993년 결성된 제마 이슬라미야(JI·‘이슬람 공동체’란 뜻)는 2002년과 2005년 인도네시아의 유명 휴양지 발리에서 잇따라 발생한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동남아 최대(조직원수 900여명)의 이슬람 무장단체다. 2004년 필리핀 마닐라 앞바다에서 발생한 페리선 폭탄테러(100여명 사망)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아부 사야프(‘신의 칼’이란 뜻) 역시 필리핀의 대표적 급진 이슬람 무장세력. 이 둘은 서로 제휴관계일 뿐 아니라,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도 협력하며 동남아의 대표 테러단체로 악명을 떨쳐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JI는 최고 지도자 자르카시(Zarkasih)와 군사 지도자 아부 두자나(Dujana)가 지난 6월 생포된 것을 비롯, 조직원 400여명이 붙잡히며 위기를 맞았다. 아부 사야프도 최고 지도자 카다피 잔잘라니(Janjalani)가 작년 9월 정부군과의 교전에서 전사하는 등 상당수 지도부가 죽거나 붙잡혔다. 500명이 넘던 조직원은 200여명으로 급감했다. 미국도 헤매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 두나라 정부가 보여준 차이점은 뭘까.

    ◆미국을 숨기고 부드럽게

    인도네시아는 2002년 발리 폭탄 테러 후 미국·호주·영국의 군사원조를 적극 받아들여 대테러 작전 능력을 키우고 과감한 진압작전을 폈다. 그러나 일단 붙잡은 JI 조직원들에겐 인간적으로 대했다. 전화 통화를 허락하고 처자식에겐 생활비를 보냈다. 그랬더니 이들이 정부 편으로 돌아섰다. 지난 6월 최고 지도자 자르카시 등을 체포한 데는 ‘변심’한 조직원들의 공이 컸다.

    보다 주효했던 건 정부가 대테러 작전을 철저히 국내 이슈화한 점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대부분 온건 무슬림이지만 대미(對美) 감정은 안 좋은 편이라 대테러 작전에서 미국의 냄새를 지우는 게 중요했다.

    필리핀 정부는 미국의 지원금을 급진 이슬람 세력이 준동하는 시골지역에 빈곤퇴치 용도로 사용해 민심을 얻었다. 교량, 병원, 공중 화장실 등을 지어주고 노후한 이슬람 사원을 고쳐줬다. 덕분에 올해는 아직 이렇다 할 테러 공격이 없다.

    물론 두 나라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건 아니다. 하지만 사납고 강경한 미국의 접근법보단 이들의 정교하고 명민한 전술이 훨씬 효과적임이 입증된 셈이라고 잡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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