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우리 민족끼리’는 북한 선전구호

조선일보
  • 주용중 기자
    입력 2007.08.09 02:13

    ‘외세배격’ 내세우는 북한 요구 반영한 듯
    핵문제 등 국제共助 유지에 영향줄 수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에 관한 남북합의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이번 방북에 대해 ‘6·15 남북 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라고 합의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합의문엔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 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라고 돼 있었다.

    정부가 이번 노 대통령 방북에 깔린 기본 정신으로 ‘우리민족끼리’를 굳이 3개 문장에 불과한 합의문에 집어넣은 이유와 경위는 불투명하다. 아마도 북한이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 자체가 북한과 친북세력의 선전 구호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름의 웹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작년 6월 사설에서 ‘(6·15 정상회담 이후) 지난 6년간은 온 삼천리 강토에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이 나래쳤다’면서 ‘우리 겨레는 6·15 통일시대에 협력 교류도 우리 민족끼리, 반전평화운동도 우리 민족끼리, 통일운동도 우리 민족끼리 했다’고 평가했다.

    ▲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김양건 북측 통일전선부장이 지난 5일 공동 서명한‘8·28 남북 정상회담’개최 합의문. 청와대가 8일 공개했다.
    6·15 남북정상 회담 합의문 1항의 내용을 ‘통일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한 이후 우리민족끼리가 전통으로 굳어졌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외세)을 배제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제 이 같은 북한의 평가 그대로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기본 정신으로 격상된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남북관계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풀어 나갈 경우 남북관계의 핵심인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을 비롯한 국제 공조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원칙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이번 합의문의 구절은 불투명한 만큼이나 심상치 않다. 남북은 또 합의문 제목을 2000년엔 단순히 ‘남북합의서’라고 했는데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라고 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평양에 온 김에 김정일 위원장이 한번 만나 준다는 의미가 담긴 제목이다. 북한 인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 대통령도 온다는 것으로 알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합의문은 합의 주체인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표기하면서 북한식 표현인 ‘상부의 뜻을 받들어’라는 문구를 2000년 때와 똑같이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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