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스포츠 세상]민병헌과 김현수, ‘두산의 미래는 내 손으로’

입력 2007.07.25 15:08



49, 50.

등에 이 숫자를 붙이고 뛰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고졸 신인 2년 차 선수 두 명이 있다.

민병헌(20)과 김현수(19). 둘은 2007시즌에 두산의 젊은 피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둘은 2006년 이종욱(27), 고영민(23)에 이어 한 단계 더 신선미를 뽐내며 주전 외야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며 경기개최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7월 24일. 타격 연습을 마치고 잠실구장 덕 아웃으로 돌아오는 김현수를 만났다.

김현수는 2006년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진학 준비 중 두산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 고교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던 김현수는 자존심을 구겨가며 신고선수로 입단에 응했을 만큼 절실 했다.

김현수가 이를 악문 채 오기를 품고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이유는 대학 진학 후 4년여의 시간소비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계약금 없이 연봉 2000만 원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작년 2군생활을 마치고 올 시즌 개막과 함께 1군무대에 올라 무서운 저력을 발휘했다. 7월 24일 현재 타율 2할9푼9리, 규정타석에 63타석 부족하지만 3할대 문턱에 다다랐다. 신인 타자 중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유재웅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게 된 것에 대해 김현수는 “언젠가 재웅이 형이 1군에 올라오면 누군가는 (2군에)내려가야 하는데, 저 말고 누가 가냐고요(웃음).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지금의 김현수가 존재 할 수 있었던 것은 뚝심으로 기다려 준 김경문 감독의 방침이 크게 작용했다. 시즌 초 이름도 들어 보지 못한 어린 선수를 3번 자리에 굳건히 세워놓는 고집을 주변에서는 걱정스런 눈초리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믿어주는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00% 이상 제 몫을 해낸 김현수는 “한 타석, 한 타석, 기다려주신 감독님 덕입니다. 하루 이틀 못한다고 바로 내렸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습니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걸 잊지 않는다.

“그날 일은 가급적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잘했다고 다음날 또 잘하는 것이 아니고, 못했다고 다음날 죽 쑤는 법 없잖아요. 경기에 뛴다는 것 자체가 긴장되면서 동시에 기분 좋아요 행복하죠!”고 말한 김현수의 표정이 환하다.

한 살 많긴 하지만 같은 프로 2년 차 민병헌. 청소년 대표시절부터 빠른 발을 무기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는 김현수와 같은 외야수로서 수비는 스스로 만족스럽지만 타율이 문제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솔직히 고교시절에 프로선수들 못 치는 것을 보고 왜 못할까 했었거든요. 그 때만 해도 자신 있었어요. 제가 지금 2할 5푼대인데요. (프로에)와서 해보니까 이것 마저 유지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데뷔 첫 해인 2006시즌 대수비나 대주자로 80경기에 출장했던 민병헌은 이제는 주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타율 유지가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두 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홈런 이후 후유증이 심해 홈런은 제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방 후에는 다음 몇 경기에서 타격 페이스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김현수와의 경쟁을 의식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 같은 팀이긴 해도 포지션이 같은 만큼 속으론 경쟁의식이 있죠. 선배들이 지금 부진해 우리가 메우고 있는 건데. 모르죠! 선배들도 말은 안 하지만 속이 편하진 않을 거예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민병헌은 원정 때 대선배인 장원진과 같은 방을 쓴다. “선배는 내색은 안 하지만 힘들어 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초등학교 시절 육상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고 축구부 입단제의를 받았지만 뛰어 다니는 게 전부였던 걸로 보였던 축구가 아닌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야구를 선택했는데 지금은 야구가 너무 어렵단다.

“솔직히 학생 때 야구하면서 좋아서 하는 애들 없을 거예요. 꿈이 있으니까 하는 거고 목표가 있어 하는 거죠.”

같이 야구를 했던 친구 가운데는 프로 진출이 좌절 된 후 골프로 전향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친하지 않은 동기 가운데는 자신의 지금 위치를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현수는 좌타자의 이점이 있고 또 체력 면에서 저보다는 강한 편인데요. 저는 발로 승부를 보려고요. 뛰어서 득점을 하는 것도 안타 만큼의 가치가 있잖아요?”

민병헌은 뜬금 없이 작년에 미디어데이 행사에 자신이 참석했던 얘기를 꺼냈다. 두산의 새내기 대표로 선배인 홍성흔과 참가했는데 “당시 인터뷰를 잘해 선배에게 칭찬을 들었다”고 했다.

둘은 같은 해에 다른 모양새로 입단했지만 지금은 동료이자 라이벌로 경쟁 아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야구, 몰라요’라는 말처럼 어떤 형식으로 입단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 올 시즌이 끝났을 때 한솥밥을 먹는 둘의 라이벌 구도가 어떤 그림을 그렸을 지 궁금해진다.

홍희정 KBS 스포츠 전문 리포터


<2007 삼성 PAVV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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