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손정남 구명운동

조선일보
  • 신효섭 논설위원
    입력 2007.07.18 22:54 | 수정 2007.07.18 22:54

    1990년 초 황해남도 안악군 한 건물 지하실에 보위부원 수십 명이 들이닥쳤다. ‘지하 기독교인’ 86명이 예배를 보고 있었다. 밀고자는 모임에 갓 들어온 27세 처녀로 그 지역 여성 보위부원의 딸이었다. 그는 교인들의 자기 소개말을 외워뒀다 일러바쳤다. 김정일은 그에게 보위부 지도원직과 최고훈장인 노력영웅메달, 컬러TV를 ‘하사’했다. 보위부는 이 일을 ‘황해도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1997년 평양시 방어사령부 조직부 정치장교 심주일 중좌가 친구에게서 성경책을 얻었다. 남한 선교사들이 중국을 오가는 북한 사람들 편에 몰래 들여보낸 것이었다. 김정일체제에 회의를 느끼던 그는 혼자 성경 공부를 한 끝에 곧 독실한 기독교인이 됐고 1999년 탈북했다. 그는 일산에서 목회활동을 하며 북한식 어휘로 성경을 다시 써 북에 보내는 운동을 펴고 있다.

    ▶탈북자 출신 전도사 이민복씨가 2005년 북·중 접경지역 단둥(丹東)에 갔다. 선교 전단과 성경을 담은 풍선을 신의주로 날리려던 그는 ‘테러’ 혐의로 공안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그곳 농민들이 풍선에 바람을 넣는 가스통을 폭발물로 오해해 신고하면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이씨는 몇 년째 강화도에서 성경과 스타킹을 담은 비닐봉지를 풍선에 달아 북녘으로 날려 왔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북 기독교인 손정남 구명’이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다. 손씨는 1998년 탈북, 중국에서 남한 선교사들을 만나 교인이 됐다. 그는 탈북자들에게 선교를 하다 2001년 공안에 체포돼 북송됐다. 함북 정치수용소에 갇혔다 풀려나 2004년 다시 탈북했지만 지난해 선교를 하겠다며 평양으로 되돌아갔다가 체포됐다. 북한은 그가 ‘반민족적 사상 기독교를 외국에서 받아 북조선 인민들에게 유포한 민족반역자’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남한에 사는 손씨의 친동생이 형의 처지를 한·미 기독교계에 알리면서 미국 유력 정치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상원의원 5명이 각기 손씨를 구해 달라는 편지를 김정일과 반기문 총장,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냈다. 북한은 남측 기독교계로부터 30억원 가까운 돈을 받아 평양에 선전용 봉수교회를 짓고 있다. 그러면서 뒤로는 10만명쯤으로 추산되는 ‘지하 기독교인’들을 잡아들이려고 혈안이 돼 있다. 그런 북한의 귀에 손씨 구명의 호소가 들리기나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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