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모른다고? 여자들이 모르는 것도 많아!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입력 2007.07.17 00:15 | 수정 2007.07.17 03:52

    국내 남성학 연구자들 페미니즘에 반론 제기
    “남성 폭력 인정하나 여성학이 ‘절대선’ 아냐”

    “진정한 양성(兩性) 평등 시대를 맞이하려면 ‘가족 부양이 남성만의 몫’이라는 가부장제의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가사·육아 같은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얻지 못하는 쪽은 오히려 남성들이다.”

    한국 ‘남성학’(男性學·Men’s Studies)이 페미니즘에 대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능력에서 남자들을 뛰어넘는다는 ‘알파걸’의 시대, 오히려 소외를 느끼고 있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퇴근 뒤 술자리나 인터넷 댓글 수준에서 벗어나 논리를 갖춘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남성학연구회 회장인 정채기(鄭菜基·45) 강원관광대 교수(교육학)와 남성운동가 한지환(韓志煥·23)씨 등은 최근 연구서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학과 남성운동’(원미사)을 출간했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새로 임용된 판사의 64%가 여성인 2007년의 현실에서 더 이상 마이너리티가 아닌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다.


    1993년 남성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정채기 교수는 “페미니즘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남성의 올바른 남성다움과 바람직한 남성상을 찾으려는 것이 남성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남성우월주의를 회복하려는 마초이즘(machoism)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파트너로서의 남성운동, 즉 매스큘리즘(masculism)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남성이 여성에게 자행해 온 잘못된 폭력은 인정한다”면서도 “여성학은 결코 절대선(善)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이 공격하는 한국 ‘가부장제’의 실체가 모호할뿐더러, 남성이 차별 받고 있는 사회적 현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교수가 20여 년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하대를 한 적이 없다는 ‘안티 페미니스트’ 한지환씨는 좀더 공격적인 논리를 갖추고 있다. 그는 우선 “잘못된 가부장제를 타파해야 하고,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피해를 입어 왔다는 점에서는 페미니즘과 의견이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부장제의 억압 속에 숨겨진 ‘남성의 피해’와 ‘여성의 수혜’는 외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무슨 얘긴가? 전통적으로 남성에게는 사회를 지배할 ‘권리’와 동시에 사회 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부여됐다. 사냥과 농사로 경제를 책임지며 전쟁터에 나가 가족을 보호해야 했다. 이런 ‘가족 부양’과 ‘병역’의 책무가 남성들에게만 있다는 사고방식은 21세기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남성은 강하고 리더십이 있어야 하며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생겼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좌절감과 중압감을 느끼는 가운데 40대 남성의 사망률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반면 그런 남성의 보호 아래 여성이 안주할 수 있었다는 측면은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과 페미니스트들이 최근 날 선 대립을 빚었던 것은 ‘남녀가 함께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주장에서였다. “전쟁과 군대는 남자들이 만든 것인데 왜 여자들이 징집되는가” “선천적인 체력 차이를 무시한 감정적 주장 아닌가”라는 반박에 남성운동 쪽에서는 “남성만 병역 의무를 지는 것은 가부장제의 산물이며, 체력에 관계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병역 업무에 여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다시 반박한다. 하지만 남성학 진영에서 정색을 하고 역차별과 성 평등을 문제삼고 나온 것 자체가 한국 여권 신장의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다.
    젠더 연구가이자 남성운동가인 한지환(23)씨, '안티 페미니스트'의 입장에서 쓴 책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학과 남성운동>(공저, 원미사)의 내용을 설명한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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