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맛 요리한 애니메이션의 진미

조선일보
  • 어수웅 기자
    입력 2007.07.10 22:56 | 수정 2007.07.11 03:26

    장편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요리하는 쥐’ 통해 다양한 성찰 유도
    일상 고민에서 철학적 주제까지 질문

    유난히 흥미로운 영화로 빽빽한 올 여름이지만, 온 가족이 각각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하나만 고르라면 서슴없이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 픽사(Pixar)의 여덟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라따뚜이’(Ratatouille·26일 개봉).

    단순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가족 영화라는 뜻이 아니다. 파리 최고의 요리사로 등극하는 생쥐와 인간 콤비의 성장 드라마로 요약될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최고의 영화’로 동의하는 작품들이 지닌 미덕을 예외 없이 갖추고 있다. 쉽고 명쾌한 드라마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몇 번의 반전으로 2시간 동안 객석을 들었다 놓더니,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세대·개인별 감수성에 따라 다양한 성찰을 시작하게 만든다. 미천한 신분이었던 요리사 콤비의 성공에 스스로를 겹쳐놓으며 느꼈던 스크린에서의 대리만족은, 점차 현실에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각성과 교훈으로 편안하게 옮아간다. 관객의 문화적 취향과 애정에 따라 그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양파 같은 텍스트이기도 하다. ‘라따뚜이’는 원래 프랑스 남부 시골마을 사람들이 먹는 소박한 채소 스튜의 이름. 하지만 쥐(rat)와 휘젓다(touille)의 합성어로 상상력을 확장한다면, ‘요리하는 쥐’인 주인공 레미(목소리: 패튼 오스왈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중의적 제목이다.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버려진 쓰레기 음식이나 훔쳐 먹으며 살고 있는 가족들과 달리 레미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나라는 존재를 규정한다”고 믿는 오만한 자부심의 소유자. 냄새만으로 쥐약 탄 음식을 골라내는, 놀라운 후각과 미각을 지녔다.

    많은 사람들이 쥐를 혐오한다. 하지만‘라따뚜이’의 레미(왼쪽)까지 미워하기란 쉽지않다. 요리하는 쥐의 놀라운 재능을 즐길 기회다.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사 제공
    당연히 그의 존경 대상은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전설의 요리사 고(故) 구스토(브래드 가렛). 쥐로 태어난 주제에 넘볼 것을 넘보라는 아버지와 동생의 충고를 뒤로 하고, 레미는 구스토의 숨겨진 아들 링귀니(루 로마노)를 만난다. 여드름투성이의 이 청년은 안타깝게도 요리에 대한 재능이라고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평범한 존재. 이제 이 매력적인 생쥐와 인간 콤비는 파리에 자리잡은 구스토 레스토랑의 후계자를 꿈꾸며 주방 한 켠에서 은밀한 협력을 시작한다.

    사실 픽사 영화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얘깃거리도 아니다. 얼룩 묻은 앞치마와 잘린 대파의 단면으로 대표되는 생생한 질감의 비주얼, 센 강과 평행하게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질주와 추적신, 그리고 무엇보다 분주한 주방에서 벌어지는 요리의 향연을 놀라운 속도감과 리듬감으로 빚어낸 장면들은 대중영화로서 ‘라따뚜이’를 더욱 빛나게 한다.

    그러나 ‘토이 스토리’(1995)를 시작으로 ‘벅스 라이프’(1998) ‘니모를 찾아서’(2003) ‘인크레더블’(2004)로 이어지는 픽사의 그 유명한 탁자스탠드 로고를 더 휘황하게 빛내는 순간은, 볼거리만으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고 나서 느끼는 일말의 아쉬움까지 해소할 때다. 음식은 일하기 위해 먹을 뿐이라고 믿는 부모 세대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간극, 개인의 야망과 가족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남의 고민,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평등주의자와 모두가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엘리트주의자의 해묵은 논쟁까지, 이 흥미로운 영화는 우리의 매일매일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고민, 그리고 철학적 주제를 나직한 목소리로 질문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는 음식 평론가 이고다.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의 명배우 피터 오툴(O’toole)의 목소리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획득한 이 캐릭터는, 창작자가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는 평론가에 대한 혐오와 애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매력만점의 ‘콤플렉스 덩어리’다. “감히 말하건대, 이 식당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는 이고의 표현을 빗대자면, 다시 한 번 ‘라따뚜이’를 즐기고 싶어졌다. 레스토랑과 스크린 양쪽 모두에서.
    깊이와 재미를 같이 지닌 예외적 에니메이션. 라따뚜이 예고편. /디즈니 제공= 어수웅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