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 4000명이 8일 이랜드 계열 할인매장 홈에버와 뉴코아백화점 12곳에서 점거 농성을 벌여 매장 영업을 중단시켰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1일 홈에버 33개店점 비정규직 1100명 중 520명만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서 나머지는 해고하고 뉴코아 17개店점 비정규직 220명은 外注외주 용역으로 돌렸다. 그러자 이랜드노조가 농성을 시작했고 민노총이 가세했다.

이랜드사태의 근원은 지난 1일 시행된 비정규직법이다. 비정규직법은 임금이 정규직의 64%에 불과하고 복리후생도 차별받는 비정규직을 위한다고 만든 법이다. 그러나 법 논의 단계부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전원 정규직화한다’는 법 조항이 결국은 기업들로 하여금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하게 만들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害해가 될 것이라는 점이 수도 없이 지적됐었다. 이번 분규에 휩싸인 이랜드처럼 이윤의 幅폭이 작은 섬유직종 같은 곳에선 무조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기업의 목을 조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해서 採算性채산성 악화로 기업이 기울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다같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우리 경제 전체로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한 해 42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는 예측도 나와 있다.

이랜드뿐 아니다. 롯데호텔, 두산건설도 비정규직 문제로 분규에 휩싸여 있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선 12년을 일하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해고된 여직원이 자살을 기도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고용해줄 수 있는 회사는 자금 사정이 넉넉한 일부 대기업이나 은행, 赤字적자가 나도 언젠가 국민 세금으로 메우면 되는 속 편한 公共공공 부문 정도인 것이다. 올해는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이 비정규직법 적용을 받지만 2009년엔 100명 미만 기업까지 확대된다. 그럴 경우 혼란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9일 “이랜드가 비정규직을 외주로 돌린 것은 너무 급했고 문제가 있다. 노조도 매장을 점거한 것은 업무 방해”라고 말했다.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정부가 무책임한 兩非論양비론으로 책임에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못 견디겠다고 하고 직장을 잃게 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또 그들대로 “종전처럼 비정규직으로라도 근무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빨리 법을 바꿔 사태를 수습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