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AK소총 60년

조선일보
  • 문갑식 논설위원
    입력 2007.07.08 22:33

    “이라크에서 미국이 찾던 대량살상무기(WMD)가 드디어 나왔다. 젊은 미군 병사 3000명을 저 세상으로 보낸 WMD는 핵무기가 아니라 낡은 소련제 AK-47 소총이다.” 작가 래리 커해너가 작년 11월 워싱턴포스트에 쓴 글이다. 한 해 25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AK-47은 테러와 분쟁의 상징이다. 72년 ‘검은 9월단’이 뮌헨올림픽을 피로 물들일 때 쓰였고, 9·11테러 후 빈 라덴이 이 총을 옆에 놓고 ‘지하드(성전·聖戰)’를 선언했다.

    ▶무게 4.3㎏, 길이 87㎝인 AK-47은 견고하기로 이름났다. 베트남전 때 늪에서 나온 녹슨 AK-47이 멀쩡하게 작동되자 미군들 사이에 수집 붐이 일었다. 열 살만 넘으면 분해 조립할 수 있을 만큼 구조도 간단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총을 “러시아 발명품 중 으뜸”이라 했고, 디스커버리 채널은 “지금까지 발명된 소총 가운데 최고”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는 AK-47을 독립 투쟁의 상징으로 국기에 그려 넣었다.

    ▶AK-47이 지난주 개발 60년을 맞았다. A는 자동(automat), K는 개발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 47은 제작연도 1947년을 뜻한다. 소련군 탱크부대 부사관 칼라시니코프는 1941년 독일군과 싸우다 부상한 뒤 병상에서 “제대로 된 소총만 있다면 나치를 이길 텐데…”라는 동료들의 울분에 소총 개발을 결심했다. 나치는 가볍고 연사(連射)능력이 뛰어난 MP40을 썼다. 소련군의 모신나강 1891은 5발을 쏜 뒤 탄창을 바꾸는 사냥총 수준이었다.

    ▶AK-47은 지금까지 1억정이 팔렸다고 한다. 정품은 생산 계약을 맺은 11개국만 만들 수 있지만 워낙 구조가 간단해 90%가 짝퉁이다. 미국 인터넷에선 20~30달러에 거래되고 분쟁지에선 ‘닭 한 마리 값’이 공정가다. 실제로 몇 년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번화가 ‘치킨 스트리트’에서 버젓이 ‘미화 30달러’ 가격표가 붙어 진열된 AK-47 수백정을 목격한 적이 있다.

    ▶칼라시니코프는 M16을 개발해 돈방석에 앉은 미국의 유진 스토너와 달리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당시 소련 제도 때문에 월 55만원쯤 되는 연금으로 생활한다. 그래서 최근 자기 이름을 붙인 보드카 판매에 나섰다. 그는 “내가 만든 총이 민간인을 죽이는 테러범들 손에 쥐어진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내 이름이 총보다 나은 의미로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88세 ‘자동소총 왕(王)’의 회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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