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박진영

조선일보
  • 강인선 논설위원
    입력 2007.07.02 22:18 | 수정 2007.07.02 23:13

    가수 비를 월드스타로 키운 음반기획자 박진영은 고3 때 입시를 100일 남겨놓고 하루 3시간만 자며 공부했다. 중학교 땐 허구한 날 싸우느라 3년 동안 몸 여기저기를 100바늘이나 꿰맸다. 그래도 벼락치기 공부로 고입 연합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 대입 때도 막판에 머리 깎고 눈썹 밀고 죽기 살기로 시험공부를 한 끝에 연세대에 입학했다.

    ▶막상 대학에 입학해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 탓”인 것 같았다. ‘연대생’은 많아도 ‘댄스가수 연대생’은 드물었기에 아예 그 재능에 집중하기로 했다. 남과 똑같은 건 못 참았다. 학교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한 작곡·기획자 집에서 2년을 먹고 자며 춤과 노래를 연마했다. 그는 ‘연대 출신 춤 잘 추는 가수’가 됐다.

    ▶박진영은 작곡가와 프로듀서로도 입신했다. 지난달 20일 뉴욕에 현지법인을 열어 “2년 안에 글로벌 스타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비를 키우며 딱 한 가지 후회되는 일은 1년만 영어공부를 시켜서 데뷔시킬 걸 하는 점”이라고 했다. 작년 비의 뉴욕공연 이후 미국 방송사에서 출연 섭외가 쏟아졌지만 통역이 필요하다는 말에 다들 물러서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제 비의 LA 공연이 1시간30분 전에 취소됐다. 기획사가 현지사정에 어두운 데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로벌 스타가 되는 길은 이렇게 멀고 험하다. 박진영은 2004년부터 LA에서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고 음악계 거장들을 무작정 쫓아다녔다. 미국시장을 뚫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때 배웠다. 박진영은 “미국이 너무 냉정해서 절망도 많이 했고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고 했다. 그 체험으로 얻은 노하우가 셋이다. ‘배수진을 쳐라. 영어를 배워라. 너무너무 힘들 것을 각오하라.’

    ▶‘새로운 한류’를 기획하고 있는 박진영은 한류의 앞날에 회의적이다. 획일적 교육 때문이다. 그는 “예술분야에서 미래를 향해 투자하라면 학교가 아니라 소년원을 선택하겠다”고까지 했다. 학교와 학원에서 똑같은 것을 배운 아이들에게서는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박진영은 ‘파격’을 통해 성장했다. 남들과 비슷한 게 싫어서 달라지려 애썼다. “대한민국 상표를 버려야 한류가 산다”고 한 것도 그였다. 그가 절감한 우리 교육의 한계는 어떤 전문가의 말보다 아프게 와 닿는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