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아이에게 ‘다른 세계’ 보여줘라

조선일보
  • 원정환 기자
    입력 2007.06.26 00:31

    PC방에 중독된 학생들 <下>
    예방·치유하려면
    여행·동아리가입·운동 등 대안활동 필요 가족·친구들과의 관계복원 우선돼야

    서울에 사는 중학교 3년생 김모(15)군은 올 초 ‘게임 중독’ 판정을 받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도 가지 않고 PC방에서 살다시피 하자 김군의 부모는 지난 3월 아들을 전문상담기관(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에 데려갔다. 상담자는 “김군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라”며 여행을 추천했고, 김군은 이모와 함께 2주간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행 초기 김군은 짜증을 내고 불안해하는 등 ‘금단 증세’를 보였다. 그러다 낯선 장소에서 며칠을 보내자 증세가 서서히 호전됐다. 여행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돌아온 김군은 주 1회씩 부모와 함께 상담을 4개월째 받고 있다. 김군은 “이제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원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이모(16)군은 작년부터 ‘스페셜포스’나 ‘서든 어택’ 같은 총쏘기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군은 한 달 만에 중독에 빠졌다. 어머니가 ‘게임 좀 그만하라’고 야단치면 방문에 칼을 꽂는 과격한 행동도 보였다. 이군과 이군 어머니도 작년 12월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결과 이군은 직장에서 밤늦게 퇴근하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컸다. 상담자는 홀어머니였던 이군 어머니가 다른 직장을 찾도록 했다.

    ▲ 지난 5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시된 게임중독 예방교육에서“게임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그려보라”는 주문을 받고 고학년 어린이가 그린 그림. 총을 쏘는 사람과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은 사람을 그렸다.


    ◆중독 초기의 경우

    자녀의 게임 중독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게임을 하지 말라”고 했을 때의 반응을 보면 대충 알아낼 수 있다. “1시간만 더 하겠다” 또는 “용돈을 주면 그만하겠다”는 식으로 ‘협상’의 태도를 보이면 아직 중독 이전 단계다. 그러나 충고를 무시하거나 반항·욕설, 심지어 폭력을 휘두르면 이미 중독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자제력과 판단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면 중독 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면서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게임을 한다면 중독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벼운 게임 중독일 경우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나 각종 심리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가능하면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PC를 사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게임을 대신해서 할 수 있는 대안 활동을 찾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가 추천하는 대안 활동은 ▲동아리 활동 ▲부모와의 정기적인 대화 ▲주 2회 이상 땀 흘리는 운동 ▲해외나 국내 여행 ▲좋아하는 책 읽기 ▲하루 30분 이상 햇볕 쬐기 등이다. 나우정신과 김진미 원장은 “게임 중독자들은 가족·친구 관계가 좋지 않은 경향이 있다”며 “의학적 치료에 앞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는 활동을 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지난 13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직원이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중독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제공


    ◆심한 중독의 경우

    심한 중독 상태일 때는 하루빨리 상담소나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중증 중독자는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게임 중독이 심한 학생들은 눈의 초점이 불명확하고, 폭력·공격적 성향을 보이며, 장시간 침묵하거나 혼자서 중얼거리는 특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컴퓨터 환경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여행이나 캠프 활동처럼 컴퓨터를 전혀 쓸 수 없는 환경을 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이 치료 프로그램에 동참하면 효과가 훨씬 높다.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들은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중독 상담소들에 따르면 어릴 때부터 부모가 술이나 도박에 중독된 모습을 자주 보면서 자란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빠지기 쉽다. 이런 경우, 부모에 대한 상담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게임 중독 예방하려면

    중독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가족끼리 ‘PC 사용시간과 장소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집에서 하루 1시간 미만’으로 PC 사용시간과 장소를 한정해 놓고, 가족 모두 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처음에는 짜증을 부리던 자녀도, 일단 습관이 형성되면 자제력이 몸에 배게 된다.

    나우게임중독클리닉이 추천하는 중독 예방법은 ▲컴퓨터를 거실처럼 공개된 장소로 옮긴다 ▲정해진 게임시간을 넘기면 벌칙을 준다 ▲불필요한 게임 CD와 파일을 없앤다 ▲게임 외에 ‘잘한다’고 느끼는 다른 활동을 시킨다 ▲PC방에 가더라도 혼자 가지 않게 한다 ▲ 부모가 자녀들의 컴퓨터 활동에 함께 참여한다 등이 있다.

    야외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은 중독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등산이나 수영, 자전거, 달리기, 인라인 스케이트처럼 ‘땀 흘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야외 활동을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영삼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은 “게임을 하는 것보다 야외에서 햇볕과 바람을 쏘이며 땀 흘리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사실을 자녀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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