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장마철 왔다… ‘기상청 슈퍼컴’ 비웃는 비구름

조선일보
  • 조정훈 기자
    입력 2007.06.22 23:27 | 수정 2007.06.23 09:39

    수백억 슈퍼컴 구입하고도 예보 정확도 해마다 떨어져
    ‘수치예보 모델’ 수준 너무 낮고 예보 담당 직원들은 경험 부족
    결국은 사람의 통찰력이 문제

    기상청은 20일 “중국 양쯔강 부근에 머물러 있던 장마전선이 차츰 북상해 21일엔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보라매공원 정문 옆 기상청 본청 건물 2층의 국가기상센터.

    기상청 관계자들은 “22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를 내놓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기상청은 이틀 뒤인 20일 “21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수정했고, 21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이만기 기상청장은 지난 3월 예상치 못한 폭설로 인해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황사예보 문제로 기상청 역사상 처음으로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나온 두 번째 사과였다.

    첨단 컴퓨터와 기상위성 정보까지 활용하는 기상청이 왜 이런 ‘수모’를 겪는 것일까?

    ◆기상청의 해명

    기상청은 지난 1999년 본청 안에 있는 기념품 코너에서 우산을 만들어 판매했다. 당시 우산에는 “날씨 맞히기가 너무 힘듭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기상청의 애환을 상징하는 이 우산은 올해 초 기상청 비난 여론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사진이 나돌며 화제가 됐다.<사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날씨 예보에 대한 2005년 국민체감 만족도는 68.2%에 그쳤다.

    기상청은 우선 예보의 특성상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선 틀리게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지역에 비가 온다고 해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나 강수 시간이 지역별로 편차가 있고, 지형의 특성 등 변수로 인해 아예 비가 안 오는 지역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황사 발생 지역인 몽골 등 주변국의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토로한다. 또 북한의 경우도 관측 장비가 미비한 것은 물론 그나마 자료 공유 자체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슈퍼컴의 도입

    기상청에는 슈퍼컴(슈퍼컴퓨터·과학기술 계산을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벡터계산 전용 프로세서를 갖춘 초고속 컴퓨터)이 있다. 슈퍼컴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9년. 기상 재해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사건이 새로운 장비 마련의 계기가 됐다.

    2004년 새로 도입한 슈퍼컴퓨터 2호기(미국 Cray사의 X1E)는 장비 가격만 500억원이 들었다. 2009년까지 관리 유지를 위한 추가 경비를 포함해 총 98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슈퍼컴은 애물단지(?)

    2004년에 87.5%로 선진국 수준을 향해 가던 예보 정확도가 2005년에 86.8%, 2006년엔 86.2%로 점점 더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슈퍼컴 2호기를 도입한 2005년부터 오히려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 슈퍼컴퓨터의 연산 처리 능력은 유럽연합·미국·일본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한다. 계산속도가 18.5 테라플롭스(teraflops)다. 1초에 4연산(+,-,×,÷)를 18조5000억 번이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슈퍼컴퓨터을 활용해 날씨 예보를 위한 기본 데이터를 산출해 내는 수치예보 모델의 품질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11개국가 중 10위에 그쳤다. 최하위는 러시아였다. 비싼 컴퓨터를 사다 놓고 운용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수치예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근무 경력이 대부분 채 3년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슈퍼컴퓨터 2호기는 2005년 75회, 2006년 69회의 크고 작은 장애를 일으켰다.

    슈퍼컴 2호기는 기상청 건물이 아니라 서울 서초동 KIDC(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 서초1센터에 임대한 364㎡ 규모의 공간에서 가동되고 있다.

    ◆낙후된 프로그램과 전문성 부족

    지난 1월 말 잇단 대설예보의 오차 문제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만기 기상청장은 “수치예보 모델을 개선하고 예보관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기상청은 “1990년대 초·중반에 도입한 수치모델을 2000년대 초반까지 개량해 사용해왔으나 선진국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져 신형 모델로 대체가 필요하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예보관의 분석 능력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결국 판독 능력이 뒤쳐지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였다. 기상청은 후속 대책으로 예보상황팀을 기존의 4개팀에서 5개팀(팀당 6명)으로 확대했다. 또 태풍예보담당관과 관측황사과를 통합해 태풍황사팀(14명)을 신설했다.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진 데는 2005년 10월에 시작된 디지털 예보 시스템 시범 서비스의 영향도 컸다. 이전에는 경기 북부, 경기 남부 식으로 구분하던 일기예보를 5㎞ 격자 간격으로 나눠 동네 별로 서비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쪽집게 식’ 예보는 오히려 더 큰 불만을 초래했다. 기상청은 2006년 6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하겠다는 밝혔지만, 결국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아직도 정식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변희룡 교수는 “날씨 예보에서는 컴퓨터보다 인간의 통찰력이 중요한데 기상청은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지 못했다”며 “또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명분으로 정보를 독점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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