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보다 잔인한 학교·사회 '충격'…'밀양사건' 피해 여학생 결국 가출

  • 조선닷컴
    입력 2007.06.17 00:58 | 수정 2007.06.17 14:12

     지난 2004년 12월 경남 밀양의 남자 고등학생 40여명으로 성폭행을 당했던 당시 여중생 박수진(가명)양이 학교와 사회의 냉대 끝에 결국 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해 학생들은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채 대부분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MBC ‘뉴스후’는 16일 방송을 통해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후 피해자 수진양이 겪은 고통을 취재,성폭행 가해자는 떳떳하게 다니고 피해자는 숨어지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을 집중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진양은 수사과정에서부터 가해학생들과 부모,수사당국에 시달려야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3년 6월 수진양의 여동생이 전화번호를 잘못 눌러 밀양의 한 고등학생과 통화하면서부터.

    이후 수진양은 동생과 함께 밀양으로 놀러 갔다가 밀양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여관에서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가해 학생들은 수진양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빠한테 다 얘기하겠다”고 협박하고 “학교에 가야되기 때문에 못간다”고 하면 직접 집으로 전화를 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성폭행이 1년여간 지속되면서 가해학생들은 점점 늘어났고,쇠파이프로 구타를 하거나 옷을 벗긴 채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수진양은 결국 경찰 수사 직후인 지난 2005년 1월 어머니와 함께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수진양은 당시 극심한 불안증세와 공황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담당의사였던 신의진 연세대 정신과 교수는 뉴스후와의 인터뷰에서 “그 때는 (수진양이) 자살 시도를 해서, 밖에서도 지하철에 뛰어들겠다고 시늉까지 해서 굉장히 자살 시도는 빈번하게 일어났다”며 “‘내가 살아서 뭐 하나’하는 등 생각도 많았다”고 말했다.

    수진양은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들의 부모로 부터 집요한 합의종용을 받았다고 뉴스후는 전했다.

    지난 2005년 3월 정신과 치료 도중 가해학생들 부모와 수진양의 아버지가 같이 나타나 “합의서가 있어야 한다”며 합의를 종용했다. 결국 병원을 나가고 싶은 열망이 강했던 수진양은 합의서를 써주고 야 말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수진양은 당시 “합의해줄 생각이 없었는데  고모와 아빠가 합의를 하라고 했다. 가해자는 싫었지만 가난이 싫어 합의했다. 가해자들을 용서해주고 왔는데 비웃음을 치면서 웃는 것을 보고 진짜 너무 황당해서 기가찼다. 가해자 부모들도 싹 바뀌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있다면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수진양의 어머니는 “가해자의 부모들이 매일 새벽이고 밤이고 계속 찾아와서 (합의서를)좀 좀 써달라고 하고 주위에서도 써주라고 해서 너무 괴로워서 써줬다고 수진이가 말했다”고 말했다.

    신의진 교수는 “수진이가 ‘세상에 이용당했다.세상이 보호를 안해줬다’며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상황이었다”며 “퇴원 당시 수진양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이 심한 상태였지만 보호자의 친권 때문에 아무리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더라도 (퇴원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진양의 아버지는 합의금으로 5000만원 정도를 받아 1500만원으로는  울산 외곽에 작은 집을 구하고,남은 돈은 합의를 주도한 친척들과 나눠가졌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수진양 어머니는 “그 합의금 때문에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다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수진양은 서울에서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한달정도 학교를 못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행 수사와 치료를 받느라 학기초 결석이 많았다고 설명했지만 학교에서는 늘 문전박대였다는 것.

    한 학교관계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으면 저희가 (학생을) 받지 않기도 한다”며 “심각한 병이 있다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꺼려한다”고 말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결국 수진양은 변호인들까지 나서 서울 한 공립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을 겪고 말았다. 전학간 지 한달도 되지 않아 한 가해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이 받은 소년원 처벌 수준을 낮추기 위해 탄원서를 써달라”며 학교를 찾아왔고,수진양이 피하자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전학간 학교에서도 성폭행 피해자라는 것이 알려진 수진양은  그 일의 충격으로 휴학을 한 뒤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까지 했다.

    또한 심한 우울증세도 다시 찾아왔고,탈이 날 때까지 음식을 마구 먹는 ‘섭식장애’까지 생겼다. 결국 수진양은 지난달 아무말도 없이 가출했다고 어머니는 전했다.

    뉴스후에 따르면 반면 실제 가해학생들 가운데 단 한명도 형사처벌 받지 않았다.

    울산지검은 20명만을 처벌대상으로 추려 그중 10명을 소년부로 보내 사실상 전과조차 남지 않는 상황이 됐다. 검찰이 정식기소한 10명도 부산지법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결국 5명이 소년원의 보호처분을 받았을 뿐 나머지 가해 학생들은 다들 집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3개 고교의 가해학생 중 학내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도 1개 고교 7명으로 3일간 교내봉사활동에 그쳤다.

    뉴스후 제작진은 “성폭행 가해자는 멀쩡하고 피해 여성만 또 다른 피해를 겪는 것이 다반사”라며“한국은 성범죄를 저질러도 거리를 활보하는 나라로 밀양여중생 성폭행 사건 처리결과를 보면 성범죄자의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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