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 삼성물산에서 일하던 입사 1년차 신입사원이 최근 사내 전산망에 올린 사직서가 31일 인터넷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직원은 사직서에서 삼성물산을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며, "100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글은 현재 사내 게시판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 졌다.
이 사원은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다"며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제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 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라고 사직서에 적었다.
그는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5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는 "가장 실감나게 다가온 이야기가 '냄비 속 개구리의 비유' "라고 했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서서히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죽어버린다는 것. 그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것을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으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토로했다.
이 사원은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년 만에 월급쟁이가 되어 간다"며 "회사에 남아서 하루라도 더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다.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 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라고 적었다. 그는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 후에 저의 동기들이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라는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바람을 적었다.
이 사직서를 읽은 네티즌 아이디 'mjy5925'는 "현실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며 "직장생활 1년의 선택으론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직장 생활에 대해 너무 이상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면 자신을 입사 5년차라고 밝힌 아이디 'ppeong'는 "1년차라고 무시당할 수는 없다"면서 "심히 공감하는 바가 크다"는 의견을 올렸다.
한편, 삼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조목조목 반박한 글 또한 인터넷에 올라와 네티즌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삼성을 15년간 다니고 그만둔 지 10년이 돼 간다는 아이디 'hanyear'이라는 네티즌이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 게시판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몇 가지 오류를 지적하겠다"며 올린 글이 계기가 됐다.
그는 '노조가 없는 희한한 기업이다' '삼성이 정권과 야합으로 길들여졌다' '양극화의 주범이다' 등 삼성을 향한 비판에 대해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이 글은 인터넷에서 '삼성은 지금 아주 심각한 중병에 빠져 있다'는 글이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자 반론 차원에서 쓰여졌다.
다음은 1년차 사원이 올린 사직서 전문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재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5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