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을 남미로 배우러 가는 나라

조선일보
입력 2007.05.17 22:55

공기업 감사들의 南美남미 ‘혁신 세미나’ 여행이 파문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구청장 7명도 비행기 비즈니스席석을 타고 지난 11일 남미로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들도 ‘지역혁신 해외연수’ 명목으로 이달 말 10박11일로 남미에 가려다 17일 취소했다. 감사들과 구청장들은 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페루를 가려고 했거나 지금 돌아보고 있다. 균형발전위 사람들은 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로 갈 예정이었다.

이상한 점은 公職공직에 있거나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 사람들은 왜 너도나도 남미까지 가서 ‘혁신 세미나’를 열고 그 나라들에서 뭔가 배우겠다고 내세우느냐는 것이다. 중남미 34개국의 2005년 수출액을 모두 합쳐봐야 2000억달러쯤이다. 그해 우리나라 수출액(2900억달러)보다 적다. 감사·구청장·균형발전위원 日程일정에 든 네 나라의 2005년 1인당 GDP는 2739달러(페루)~6833달러(칠레)였다. 우리 GDP(1만6472달러)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쳤다. 그런 나라들을 가면서 ‘공공기관 감사시스템의 브리핑을 받겠다’ ‘선진 도시의 환경·복지정책을 비교 시찰하겠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둘러대니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남미 사람들도 어리둥절할 일이다.

진짜 이유는 남미 여행사이트 ‘고 사우스아메리카 어바웃 닷컴’이 꼽은 최고 여행지 10곳을 보면 알 수 있다. 감사·구청장들이 가려 했던 이과수폭포, 마추픽추, 쿠스코가 1, 3, 7위에 올라 있다. 한 마디로 자기 돈 들여서는 돈이 아까워 못 가볼 남미 관광名所명소들을 공금으로 구경가겠다는 것이다. 감사들이 경유지인 미국 LA에서부터 한인타운 노래방을 찾아가 도우미 불러 술 마시고 노래 불렀다는 사실만 봐도 여행의 속셈이 훤하다.

감사들은 800만원씩, 구청장들은 1100만원씩 들여 비즈니스席석을 타고갔다. 구청장들은 590만원씩 경비가 드는 수행원까지 데려갔다. 국민이 허리 부러져라 벌어 낸 세금을 자기네 호주머니 돈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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