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국 누빈 ‘휠체어 여행가’

입력 2007.05.16 00:28 | 수정 2007.05.16 05:33

스콧 레인즈씨 한국 첫 방문… 각국 답사하며
‘장애인 가볼만한 관광지’ 홈피에 소개

“저는 오히려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장애를 얻고도 많은 기회를 얻었으니까요.”

그가 내민 명함에 ‘Travel for the Disabled’(장애인을 위한 여행)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장애인 운동가이자 40여개국을 누빈 ‘휠체어 여행가’인 스콧 레인즈(Scott Rains ·53) 박사가 한국에 처음 왔다. 오는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07 세계장애인대회 때 외국 장애인 1500여명이 방한하는데, 레인즈씨는 이들이 가 볼만한 관광지와 시설들을 미리 둘러볼 예정이다.
▲장애인 인권운동가이자 휠체어 세계여행가인 스콧 레인즈씨가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레인즈씨는 휠체어에 탄 채로 비행기와 자동차에 몸을 실어 가며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렇게 얻은 정보들은 자신의 홈페이지인 ‘롤링레인즈(www.RollingRains.com)’에 올려 전 세계 장애인들이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휠체어만으로 돌아다닐 만한 곳, 장애인용 화장실, 저상버스 운행 여부 등을 꼼꼼하게 알려준다. 그는 6년간 각국 장애인 편의시설 전문가 75명과 정보를 교환한 끝에 2004년 1월 사이트를 열었다.

“외국 여행 땐 누구를 동반하는가”고 묻자 그는 뜻밖에도 “대부분 나 혼자 다닌다”고 했다. 이번에도 혼자 왔다고 했다. “가끔 아내나 형제가 함께 가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가는 나라에 자기도 관심이 있어서 ‘동행’하는 것일 뿐, 날 도와주려고 따라가는 건 아닙니다.” 다녀본 곳 중에서는 섬 전체에 장애인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호주 남부 타즈매니아섬이 최고이며, 이집트에는 장애인들도 낙타를 탈수 있는 사막 관광상품까지 있다고 그는 전했다.

레인즈씨는 18세 때 생긴 척추 종양 때문에 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여행과 운동을 너무 좋아했던 청년은 종양이 퍼진 걸 알면서도 스키강사 시험에 응시했다. 잔인하게도, 그렇게 기다리던 ‘스키강사 합격 통지서’는 두 번의 수술 끝에 하반신 마비 선고를 받게 된 직후 날아왔다. “기가 막혔어요…. 그러나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이 커다란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내 삶을 바꿔줄 ‘기회’들이 찾아오더군요.”

하반신 마비 선고를 받던 날, 그는 초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의 말을 갑자기 떠올렸다. ‘무한대는 반으로 나누어도 무한대’라는 것. 그는 “멀쩡한 몸으로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한대라면, 절반인 몸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은 무한대”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렇게 마음먹은 게 내 삶에 ‘첫번째 기회’를 줬다”고 했다.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 입학한 레인즈씨는 ‘대학 장애인 인권운동’에 앞장서, 장애인을 위한 공공시설 개조 등에 정부 등이 나서도록 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신학박사 학위를 받고 장애인 운동가가 된 그는 “할 일이 아직 많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와 함께 찾아간 파주시의 한 식당 주차장에는 장애인 표지가 없는 차량 2 대가 두 개뿐인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는 9월 한국에서 열리는 2007 세계장애인한국대회를 앞두고편의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세계적인 휠체어여행가 스콧레인즈 박사를 15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롤링레인즈(www.RollingRains.com)와 한국을 둘러본 소감을 들어봅니다. /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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