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거물 무기중개상은 엄청난 재력가이면서 권부(權府) 막후의 실력자로 묘사된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거물 중개상들이 있었다. 린다 김<사진>이 대표사례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양호 당시 국방장관 등 정관계 인사들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파문을 일으켰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재미 사업가 조풍언씨는 DJ정부 시절 '얼굴 없는 실세'로 통했다. 역시 DJ정부 시절 김영완씨는 현대 대북송금 과정에서 거액의 돈을 DJ정부 핵심 실세에게 전한 것으로 지목돼 해외 도피중이다.
무기중개상들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 것은 사업 자체의 규모 때문이다. 2002년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미 보잉사의 F-15K가 선정된 뒤 중개업체 A사 대표는 300억원대의 커미션을 받은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F-15K 40대를 도입하는 F-X사업의 총 규모는 5조4000여억원이었다. 조풍언씨는 미국 군수업체 ITT사와 계약금액의 4.7%를 커미션으로 받는 계약을 체결했던 사실이 문서로 드러나기도 했다. 무기거래 커미션은 총 사업규모의 3% 미만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F-X 사업처럼 사업규모가 큰 경우 비율은 1% 미만으로 낮아진다. 1970~80년대엔 5%대의 커미션을 받았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을 따내는 데 실패할 경우 중개상은 엄청난 돈을 날리기 쉽다. 사업 진행에 보통 5~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사무실 운영비 및 인건비, 접대비,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모두 중개상 개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F-X사업에서 탈락한 한 대형 방산업체는 수년간 투자한 인건비, 사무소 운영비, 출장비 등 4000만~5000만 달러 이상을 날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년 가까이 무기중개업을 해온 B씨는 “무기중개는 도박과 같아 위험부담이 크다”며 “여러 해동안 쏟아부은 돈이 생각나서 뇌물을 주고라도 계약을 따내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무기도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에 정식등록된 국내 무기중개상(국내소재 상사)은 400개가 넘는다. 이중 대부분은 혼자서 운영하거나 개점 휴업 상태다. 무기중개상이 되는 데 신분상 제약은 없다. 사업자등록 증명서, 보안기관의 보안측정결과서, 외국업체와의 대리점 계약서 등 몇가지 서류를 갖고 방위사업청에 등록하면 된다. 그러나 배타적인 군의 특성상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예비역 장성이나 장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