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내지 않은 건물에 안의사 정신 담고싶어”

    입력 : 2007.05.14 00:28

    기념관 설계 당선된 임영환 교수

    ▲안중근의사기념관 설계자로 당선된 임영환씨는“뽐내지 않고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물로 짓겠다”고 말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건축가들은 원래 기념관 짓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역사에 남을 건물이니까요. 그런데 다른 분도 아닌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을 짓게 되다니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설계공모에 당선된 ‘디림건축사사무소’ 대표 임영환(38·홍익대 교수)씨는 “기존의 많은 기념관들이 어둡고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일반인과 거리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 건물은 내부는 밝고 풍성해 관객을 끌어들이되 외관은 뽐내지 않는 건물로 짓겠다”고 말했다.

    “설계 기간 석 달 중 한 달은 안 의사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분이 남긴 글을 찾아 읽고, EBS에서 했던 ‘도올이 본 한국독립운동사’와 영화 ‘도마 안중근’도 다시 비디오로 보았습니다.”

    그는 직육면체 모양의 건물 12개가 기둥처럼 우직하게 서 있는 모양으로 설계를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12개 기둥이 연결돼 있다.

    “안 의사와 함께 손가락을 끊었던 단지동맹(斷指同盟) 12명을 기리는 것입니다. 또 남산공원의 나무 숲 사이에서 요란하게 튀지 않도록 단아하게 만들 것입니다. 건물은 멀리서 볼 때에는 단순한 박스처럼 보일 것입니다. 바로 그 소박한 느낌에 안 의사의 정신을 담고 싶습니다.”

    ▲안중근의사기념관 내부 조감도. 지하 1층 지상 3층의 전시관 가운데가 뚫려 연결되고, 한가운데 홀에 안 의사의 대형 영정이 걸린다. /디림건축사사무소 제공

    출입문이 건물 뒷부분에 있는 것도 특이하다. 건물을 수벽(水壁·물 흐르는 담)이 에워싸고 있고, 벽면에는 안 의사가 생전에 남긴 글을 새길 예정이다. 뒤쪽에 있는 입구까지 가기 위해 건물을 끼고 한 바퀴 도는 동안 천천히 안 의사의 글을 읽게 만든다는 의도다. 기념관을 나무와 물이 둘러싸 성역화하는 효과도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의 전시관은 가운데가 뚫려 연결되고, 그 한가운데 홀에 안 의사의 대형 영정이 걸린다.

    임씨는 루이스 칸이 설계한 ‘솔크연구소(Salk Institute)’를 예로 들며 “뽐내지 않는 건물이 좋은 건물”이라고 했다.

    “건축가가 너무 이기적으로 자기 생각만 담으면 일반인과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솔크연구소는 미국 샌디에이고 부근 바닷가에 있는데, 건물 두 동 사이에 빈 마당만 있고 아무것도 없어요. 건물 사이에서 덜렁 바다만 보입니다. 멋진 바다가 있기에 어떤 인위적 조경도 필요 없는 것이지요. 좋은 건물은 이래야 해요. 안중근기념관 역시 멋진 남산 안에 들어서기에 굳이 건물이 요란스러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