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대 캠퍼스는 의왕에 남겨주오

조선일보
  • 곽아람 기자
    입력 2007.05.09 22:31

    의왕의 상징을 조치원에 넘겨줄 수 없어
    의왕시·의회·시민단체 모두 같은 목소리

    건교부·고려大 서창캠퍼스 협상 진행
    빠르면 2011년에 이전할 가능성 높아

    의왕시 월암동에 위치한 한국 철도대학(이하 철도대학)의 이전설로 의왕민심이 사나워지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한국철도대학 개편 사업’ 시행계획에 따라 국립 2·3년제 전문대학인 철도대학이 4년제 종합대학교 내 단과대학으로 편입하게 되면서 몇 년 내 다른 도시로 이전될 공산이 커져서다.

    철도대학 인수에는 고려대 서창 캠퍼스, 서경대, 전주대, 한세대 등 4개 대학이 제의서를 내놓고 경합했으며 건교부는 지난 8일 이들 중 고려대 서창캠퍼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건교부 관계자는 “별다른 변동상황이 없으면 고려대가 최종적으로 철도대를 인수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고대 서창캠퍼스가 있는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의왕시 월암동에 위치한 한국 철도대학 전경. 한국 철도대학 제공
    의왕시, “도시의 상징 넘겨줄 수 없다”

    의왕시는 ‘도시의 자랑이자 상징’인 철도대학을 타 도시로 넘겨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05년 ‘철도 이원양성소’라는 명칭으로 인천 제물포에 개소한 한국 철도대학은 ‘철도 전문학교’로 불렸던 1985년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해 20여 년이 넘게 쭉 그 자리를 지켜왔다.

    의왕시는 지난 3월 27일 건교부, 철도공사, 경기도에 철도대학의 경영권만 종합대에 편입시키고 캠퍼스는 그대로 둬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제출했다. 철도대학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철도박물관 등 관련시설도 빠져나가게 되고 도시가 크게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의왕시의회도 지난달 23일 제 147회 임시회를 열고, 건교부를 대상으로 철도대학 이전을 반대하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의왕시의회 이동수(고천·오전·부곡) 의원은 “의왕에는 대학이 두 개 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이전하면 해당지역 상권이 쇠퇴하는 등 시 발전에 저해된다”고 말했다.

    철도대학이 위치한 부곡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4월 초 동네 입구에 철도대학 이전 반대를 외치는 현수막을 내걸고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주민자치위원회 총무 강주분(44·여)씨는 “현재까지 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철도대학 출신이라는 주민자치위원 김진필(50·철도기관사)씨는 “철도대학 덕분에 문화적 숨통이 트여 철도대에 애착과 자긍심을 갖고 있던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왕시민모임 조창연(45) 대표는 “철도대학 관련 인프라가 의왕 지역경제의 대표적 시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왕시가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철도대학이 위치한 의왕시 부곡동 사무소 앞에 주민들이 내건 ‘철도대학 이전 반대’ 플래카드. 부곡동 주민자치위원회 제공
    건교부, “철도대학 경쟁력 제고해야”

    철도대학이 4년제 대학으로 흡수되면서 사실상 민영화되는 이번 조치는 2005년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뀐 후 철도대학의 운영 주체가 건교부로 이관되면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철도정책팀 관계자는 “전문대학 시절에는 철도청 8급 공무원 채용을 위해 대학을 운영해 왔지만 현재는 한국형 고속열차 개발 등 R&D 사업 등을 해낼 수 있는 기술인력·연구진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전문기술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4년제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의왕시는 과밀 억제권역에 속해 대학을 신설할 수 없다”며 “철도대학을 4년제로 만들면서 의왕에 그대로 놓아둔다면 기존 전문대를 폐지하고 대학을 신설하는 것에 해당되므로 법을 어기는 것이 된다”고 했다.

    ◆철도대는 잠잠, 군포시는 맥 빠져

    의왕시가 철도대학 이전으로 들끓고 있지만 정작 철도대는 잠잠하다. 철도대학 혁신기획실관계자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된 8일 “정부에서 결정한 대로 따르는 것이 철도대학의 입장”이라며 “아직 정부와 고려대간의 협상이 남아있어 뭐라고 이야기할 계제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3월 ‘철도대학 범시민유치위원회’를 구성, 시민 18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건교부에 제출하는 등 한세대의 철도대학 유치를 적극 지원한 군포시는 우선협상 대상자에서 탈락되자 몹씨 허탈해 하는 표정.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측은 9일 2011년 3월까지 서창 캠퍼스에 철도물류대학(가칭) 건물을 신축해 학생들과 교직원, 기자재 등을 모두 옮겨갈 것이며 그 전까지는 기존의 의왕 캠퍼스를 그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의 최항묵(45) 기획예산팀장은 “2015년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에 50만 평 규모의 신(新) 캠퍼스를 세워 철도물류대학을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입주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철도대학에는 3년제 5개과, 2년제 2개 과 등 7개 학과에 610여 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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