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자유를 찾아나선 그들… 탈북자냐 새터민이냐

입력 2007.05.04 22:58 | 수정 2007.05.04 23:15

탈북자단체 “새터민으로 부르지 말라”
“먹고 살려고 터전잡은 화전민 연상” 통일부는 “논의 더 거쳐야” 거부

지난 4월 10일 탈북자들의 연합조직인 ‘북한민주화위원회’ 출범식에서 500여명의 탈북자들은 통일부가 제정한 ‘새터민’이라는 명칭을 더 이상 부르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그런 뒤 ‘새터민’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터전을 잡은 ‘화전민’을 연상케 한다며 통일부에 ‘새터민’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통일부는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탈북자들은 서명운동을 벌여 탈북자 전체의사를 묻겠다고 나섰다. 왜 탈북자가 ‘새터민’이 됐고, 그 용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걸까.

탈북자들이 ‘새터민’이란 용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정치적 색채가 완전히 배제돼 정체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서 더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사람들을 부르는 용어는 시기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광복 후 6.25 전쟁 때까지 넘어온 사람들은 흔히 ‘실향민’이라고 부른다. 그 이후 체제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귀순자’로 불리다가, 5공 정권 시절 이후로는 ‘귀순용사’ 불려졌다. ‘귀순용사’시대는 1993년 이전까지로, 정부로부터 많은 정착금을 받고 취업 등 혜택이 주어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에서 식량난이 본격화되면서 북·중 국경이 뚫려 많은 탈북자들이 발생했고, 남한으로 넘어오는 북한주민들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탈북자’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겨났다. 한국정부는 귀순자 또는 귀순용사가 냉전적 이미지가 강하다며 ‘북한이탈주민’이나 ‘탈북자’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대체용어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고 계속돼왔다. 1997년에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자신은 탈북자라고 주장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비공개 석상에 탈북자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북한을 이탈한 주민들은 탈북자로 굳어져 왔다.

하지만 통일부는 남북한 간의 새로운 협력시대를 맞아 정치적 색채가 강한 ‘탈북자’를 대체하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기 위해 2004년 9월부터 전자공청회와 여론조사 등을 거쳐 2005년 1월 ‘새터민’을 공식용어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전자공청회에서는 ▲자유민(29.4%) ▲이주민(16.0%) ▲새터민(14.1%)▲이향민(9.7%)▲하나민(7.7%)으로 선호도가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참여했던 한 탈북자는 ‘자유북한인’ ‘탈북자’ 등 정치적 색채가 있는 용어는 아예 설문조사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탈북기독교연합 이민복 대표는 “당시 통일부에서 여론조사 및 토론회를 거쳤는데 참석한 탈북자 대부분은 완강하게 반대했다”며 “일부 학자들과 통일부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자신들의 목표를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갓 탈주해서 남한사회의 물정을 전혀 모르는 하나원 원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새터민’이라는 용어가 좋다는 식으로 설명했고, 정치적 색채가 있는 용어는 모두 뺀 용어들만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탈북자들이 ‘새터민’을 선호하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엘리트 탈북자들이나 남한사회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설문조사에서 배제됐다. 황장엽씨는 “한국정부가 만들어낸 ‘새터민’이라는 용어는 탈북자들을 폄훼하고 그들의 정치적 욕구와 성향을 무시하기 위해 만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용어이며 탈북자들은 ‘새터민’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탈북자동지회’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 ‘탈북인연합회’ 등 탈북자 단체들도 “통일부의 입맛대로 ‘새터민동지회’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 ‘꼴’이 뭐가 되냐”며 반발하고 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윤태 사무총장은 “남한 사람이 보기에도 ‘새터민’은 탈북자들을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탈북한 것으로 매도해 한국사회에서 너무 낮게 평가되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탈북자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신의 이름을 찾고자 하는데 통일부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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