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대 총장은 원주대와 합의한 교명 변경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강릉시 외곽에 있는 강릉대 캠퍼스 입구에는 최근 이런 플래카드가 걸렸다. 문구 아래에는 원주대학과 원주대학 총동문회·기성회·총학생회 이름이 줄줄이 들어있다.

강릉대와 원주대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국립대 통합 정책에 따라 올해 3월 통합대학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통합의 첫걸음이라 할 명칭문제도 해결하지 못한채 두 지역 사이에 감정 싸움마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강릉 지역에서는 ‘강릉대’라는 이름을 고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고, 원주 지역에서는 통합과정에서의 약속에 따라 교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일 강릉대가 교육부에 통합대학 교명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논쟁이 불붙었다. 강릉대는 작년 11월 원주대와의 통합 과정에서 합의한대로 1순위 ‘강원제일대학교’, 2순위 ‘강일대학교’, 3순위 ‘명원대학교’를 제시했다.

강릉대 한송(韓松) 총장은 교명 변경을 신청한 이유를 설명하며 “강릉시의회 및 지역 사회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했으나 작년 5월 제출한 통합대학 지원사업 신청서에서 합의한 약속을 임기내에 지켜야 했고, 원주지역에서 법적 소송이 제기되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불가피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20일 임기가 끝났다.

이에 강릉대 총동창회, 강릉상공회의소, 강릉시번영회 등 강릉지역 사회단체들이 한 전 총장을 원색적으로 성토하고 나섰다. 형사 고발과 함께 대학 통합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통합 당시 대학통합에 찬성해주면 교명은 지키겠다고 했으며, 지난 2월에도 지역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협의해 변경을 신청한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강릉시의회도 23일 교육부 등에 강릉대의 교명을 유지해달라는 건의문을 보냈다.

강릉대와 원주대는 지난달 1일부터 통합대학으로 발족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압박에 떼밀려 어색한 짝짓기가 됐다는 비판도 많았다. 또 작년 통합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지역 여론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강릉지역에서는 역사가 짧고 교세가 적은 원주대를 강릉대가 흡수 통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강릉대라는 교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그러나 통합 이후 원주 지역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다. 원주대 동문회 등은 “두 대학이 장기간 논의를 거쳐 교명 변경을 결정하고 교육부 승인까지 받은 공식 합의사항을 강릉대측에서 임의로 불복하는 행태는 순조로운 통합을 바라는 양대학 구성원과 원주시민을 기만하는 행위”고 주장해왔다. 원주시의회도 이달초 통합대학의 명칭을 강원제일대로 변경해 줄 것을 교육부장관 등에 건의했다.

특히 교명 변경 논란은 통합대학의 총장 선거와 맞물리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다음달 2일 치러질 총장 선거에는 연임에 도전하는 한 전 총장을 비롯해 강릉대측에서 5명의 후보가 출마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선거전에서 교명 변경 신청을 둘러싼 시비가 주요 이슈로 거론되면서 논쟁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