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모유수유 촉진'? 교과서는 엉터리 의학정보 투성이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입력 2007.04.23 08:48

    문제1. 갓난 아기의 숫구멍(정수리가 굳지 않아 숨 쉴 때마다 발딱발딱 뛰는 곳)은 몇 개나 될까.

    문제2. 산후조리 단골식 '미역국'은 과연 모유수유를 촉진시킬까.

    이같은 질문에 올바른 답변을 해줘야 할 중·고등학교용 '가정과학' '기술가정' 등 검정교과서가 엉터리 의학정보 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과서 편찬 과정이 의학 전문지식이 부족한 비전공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데다, 관련 학회의 감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출판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동 의대 제일병원 소아과 신손문 교수팀은 최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소아 관련 정보의 조사' 연구를 통해 시중에 나와있는 47편의 '가정과학' 등 검정교과서의 유아·출산 관련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실제 위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상당수 '가정과학' 등 검정교과서에서는 내용 자체가 틀렸거나 부정확한 설명을 하고 있었다.

    숫구멍에 대해 일부 교과서들은 뒤숫구멍과 앞숫구멍이 출생 후 1년~1년6개월 뒤 완전히 닫힌다거나, 뒤숫구멍은 4개월쯤에, 앞숫구멍은 2년이 지나야 닫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숫구멍은 출생시 앞, 뒤, 뒤가쪽 좌·우, 앞가쪽 좌·우 각 한쌍 등 모두 6개 존재한다. 이 중 뒤숫구멍은 생후 6~8주면 닫히고, 앞수구멍은 대부분 14~18개월에 닫히며 간혹 2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미역국이 모유수유를 촉진시킨다는 일부 교과서의 설명도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손문 교수팀은 "근거 없는 설명으로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것은 미역이 산후에 늘어난 자궁의 수축과 지혈은 물론이고 조혈제로서의 역할을 해주는데다 임신 중 아기에게 빼앗긴 칼슘을 보충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식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유 수유 촉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

    이유식에 대해서도 오해를 부를만한 잘못된 설명 투성이였다. 특히 일부 교과서는 이유식은 2~3개월에 과즙으로 시작해 초기 이유식으로 달걀, 토마토 등을 권하기도 했다.

    연구서는 이유식은 생후 4개월 이후 쌀미음으로 시작해 차츰 한가지씩 식품을 늘려가야 하며, 특히 토마토나 딸기, 오렌지 등의 과일은 돌(12개월) 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바로 잡았다.

    신생아 목욕과 관련한 서술도 오류가 많았다.

    목욕을 시킨 후 배꼽을 소독하고 거즈로 덮어줘야 한다거나, 신생아는 분비물이 많으므로 하루 두 번 목욕을 시켜야 한다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 목욕 후에는 물을 먹여야 한다고 적은 교과서도 있었다.

    반면 목욕 후 배꼽 부위를 공기에 건조시키는 것이 공통적으로 권장되며, 거즈로 덮어주는 것은 오히려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잘못된 설명이라고 연구서는 지적했다.

    또 신생아 목욕 횟수도 일주일에 2~3회로 충분하며, 목욕 후 반드시 물을 먹을 필요가 없고 특히 모유를 먹일 경우에는 따로 물을 먹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의를 잘못 내린 경우도 다반사였다. 신생아기는 생후 첫 4주간을 말하고, 영아기는 1개월부터 1년까지 혹은 2년까지를 말하는데 이에 대한 시기를 다르게 정의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유아 예방접종표의 경우 개정된 2002년판이 아닌 1997년 예방접종표를 아직까지 쓰고 있는 교과서도 있었다.

    이밖에 '열이 날 때 폐렴, 홍역, 소아마비 등을 의심해야 한다'처럼 유아의 증상만으로 의심해 볼 질병에 대해 부연설명이 턱없이 부족하고 비약적인 설명이 많아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도 다수였다.

    검정교과서 47편의 저자들을 전공별로 살펴본 결과, 가정학과 계열이 74~75%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현직 교사 및 장학사가 24~25%로 조사됐다. 반면 교과서가 집필 후 검정 때까지 의학전문 학술단체나 전문가 검토를 거친 근거는 없다고 연구서는 밝히고 있다.

    책임저자인 신손문 교수는 "중·고등학교 때 배운 모유수유 등 육아, 출산 관련 정보는 이들이 성장해 부모가 됐을 때 육아에 직접 적용시킬 수 있는 만큼 의학적으로 적절한 내용이 수록돼 있는지 점검해 본 것"이라며 "막상 살펴보니부정확하거나 틀린 내용 혹은 근거가 불명확한 내용이 많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특히 "교과서에서 소아의 건강관리 및 육아에 관한 내용의 경우 대한소아과학회 등 전문 학술단체의 감수를 거쳐 정확한 의학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중·고등학생들이 실생활에 적용하는데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기자 kth@mdtoday.co.kr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