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부는 ‘한국식 때밀이’ 열풍

입력 2007.04.20 23:25 | 수정 2007.04.21 17:01

“때밀이 한번 받아보라 피부는 부드러워지고 스트레스 싹 사라진다”
외국 언론들 잇단 소개

美·日·호주·캐나다 등 한국식 스파 인기 확산
국내 호텔 외국 투숙객들 수십만원에도 즐길 정도

지난해 말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국 사우나의 유혹(The Lure of a Korean Sauna)’이라는 제목으로 뉴욕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의 목욕 문화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현지에서 유명세를 탄 ‘킹 스파 사우나(King spa sauna)’를 소개하면서 한국식 ‘찜질방’이 ‘웰빙 문화’라고 적고, 특히 그곳의 ‘한국식 때밀이’(Korean body scrub)는 필수 코스라고 언급했다. 중년의 ‘Ajuma’(아줌마)가 위 아래 검정 속옷만 착용하고 때장갑을 끼고 열심히 밀어주는데, 받고 나면 피부가 매우 부드러워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평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의 주간지 ‘타임아웃 뉴욕’은 최근에 스파 특집을 게재, ‘한국의 때밀이’(body scrub)를 받고 나면 묵은 각질이 제거돼 살결이 아주 보들보들해졌고, 받는 동안 스트레스가 확실히 풀렸다고 적기도 했다.

“때 미는 것도 특별한 방법이 있다!”서울 사당동에 위치한 한국 목욕관리사협회 교육장에서 4명의 남성이 강병덕 회장으로부터 때밀이 교육을 받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때를 미는 것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목욕 습관 중 하나다. 대한 피부과개원의협의회가 2004년 전국의 20세 이상 1196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자의 60%가, 여자의 80%가 목욕시 때를 민다고 답했다. 그런 때밀이가 이제 샤워 문화에 젖어있던 외국인들까지 중독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이나 뉴욕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형 스파와 때밀이의 경우 한국인 고객이 40%정도, 일본이나 동양권이 30%, 미국·유럽 등 서양인이 30%정도 된다고 한다. 태국 방콕의 유명 스파인 ‘킹 앤 아이 스파(King and I Spa & Massage)’를 운영하는 한국인 사장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려 했는데 이렇게 많은 외국 손님이 찾을 줄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7년4월19일 서초구의 한국목욕관리사협회에서 4명의 남성들이 목욕관리 교육을 받고 있다. /채승우 기자
‘스파중독(www.spa-addicts.com)’등 각종 해외 스파 전문 사이트 등에선 “한국식 때밀이를 받으면 피부의 죽은 각질 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아기 살결이 된다”고 평가한 해외 팬들의 후기가 많았다.


도쿄 롯폰기 인근에 있는 ‘아담 앤드 이브’도 한국식 때밀이 서비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세계적 럭셔리 가이드인 ‘LUXE 시티 가이드’에 ‘코리언 스크럽은 도쿄에서 꼭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소개됐다. 도시별로 온갖 명소들만 모아놓은 파이돈사의 시티가이드 도쿄편에도 올랐다. 소박하고 저렴한 목욕탕식 때밀이 서비스인데도 필수 뷰티 체험 코스로 꼽힌다. 전통적인 한국 방식 그대로다. 노란색이나 초록색 때밀이 수건(장갑)을 손에 끼고 온 몸을 문지른다. 업소에 따라 비누 거품을 낸 뒤 문지르는 곳도 있다.

하지만 ‘때 밀기’에 대한 피부 전문가들의 견해는 부정적이다. 김소형 아미케어 원장은 “잦은 때 밀기는 피부 건조증과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한다”며 “때를 밀지 않더라도 넘쳐나는 부분은 알게 모르게 먼지같이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고 말한다.

‘때밀이’ 대신 ‘목욕관리사’라는 말을 만든 강병덕 한국목욕관리사협회장은 “상당수 의사들은 부정적 견해이지만 때를 밀면 피부 탄력감과 청량감을 느끼고 혈액순환이 잘돼 몸이 가벼워지는 맛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바로 이 맛에 한국 여성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식 때밀기가 ‘코리안 스크럽’(Korean Scrub)이란 이름으로 미국, 일본 스파에서 인기를 끌자, 이에 영향을 받아 국내 특급 호텔 스파에도 ‘때밀이’를 도입하는 ‘역수입’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호텔 직영 스파를 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더 스파’에선 일반 때밀이 서비스를 ‘한국식 인삼 클렌징 스크럽(Korean Ginseng Cleansing Scrub)’으로 업그레이드한 고가의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십만 원짜리 코스지만 당일 오전 10시면 이튿날 예약분까지 동이 날 만큼 외국인 투숙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렇게 받는 사람들에겐 폭발적인 인기지만, ‘목욕관리사’는 대표적인 ‘3D업종’으로 꼽히는 힘든 직업. 강병덕 협회장은 “때미는 자세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건설 인부 이상으로 허리 어깨 등 온몸이 쑤시고 힘이 들기 마련”이라며 “특히 사우나실 바로 앞에서 일을 하는 곳이 많은 등 작업 환경이 열악해 ‘열꽃’으로 고생하거나 고질적인 발바닥 습진으로 겪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했다. 남자는 보통 20분정도, 여자는 30분정도는 때를 밀어줘야 손님들이 만족감을 느끼는데, 미숙한 관리사들의 경우 한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때를 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요즘엔 학원에서 때미는 법을 배우는 수강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자들은 보통 이론과 실기를 합쳐 160시간에 목욕 봉사 20시간까지 180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남자들은 연수 교육 120시간, 현장실습 120시간 등 240시간 정도 교육을 받아야 실전에서도 어렵지 않게 때를 밀수가 있다고 한다.

교육 분야도 보건 위생, 영양, 인체 해부, 생리학, 근골격계, 소독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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