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제국’의 영광과 타락

조선일보
  • 김성현
    입력 2007.04.20 22:50 | 수정 2007.04.21 07:26

    로마의 역사
    장 이브 보리오 지음 | 박명숙 옮김 | 궁리 | 656쪽 | 2만5000원

    로마 역사 속에 등장하는 황제와 정치인들은 오페라의 주인공들이기도 했다. 오늘날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정치·역사 드라마의 단골 등장 인물인 것이나 비슷한 이치다.

    일종의 로마 건국 신화에 해당하는 아이네아스가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와 나눴던 슬픈 사랑은 그대로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의 주제가 됐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에 등장하며, 폼페이를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한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재임한 티투스 황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의 주인공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유명한 사람들의 뒷이야기에 흥분하고 열광한다.

    낭트 대학 라틴문학과 교수인 보리오(Boriaud)는 로마가 지닌 두 가지 말뜻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도시 이름 자체가 제국의 이름이기도 했던, 위대한 시기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도시를 매개로 한 역사 이야기이며, 동시에 역사가 녹아있는 도시를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로마 제국의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는 폭군 네로의 스승이 바로 철인(哲人) 세네카였다는 점이다. ‘네로폴리스(네로의 도시)’라는 대목에서 저자는 “세네카는 네로에게 스토아 학파에서 유래한, 황제의 권력에 대한 개념을 가르쳤다. 세네카는 거기서 ‘현명한 군주’의 이미지를 보았으나, 자신의 제자가 문자 그대로 철학적 인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적는다. 쉽게 말해 열심히 가르쳤지만, 제자의 학업 성적(?)은 크게 낙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마 시대에 건립된 극장과 원형 경기장에 대한 이미지는 오늘 날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타락의 상징이라는 선입견이 높다. 실제 공화국 시대에는 “유흥을 위해 일정한 장소를 만든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부정적 입장이었다. 로마의 도덕이 타락할 수 있는 징조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훗날 황제들은 로마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꼈던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고 썼다.

    일찍 절정을 맞았고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 로마는 수많은 예술가와 석학에게 영감을 주었다. “영원한 도시 로마는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프로이트의 말이 대표적이다. 관광 가이드 책을 넘어 인문학의 차원에서 도시를 조명하는 서적들이 소개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각주와 연대기를 포함해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로마 여행의 동반자로 삼으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콜로세움에 관한 대목처럼 필요한 곳부터 골라서 읽어도 무방하다. 국내 번역 풍토를 ‘잔혹’하게 비평했던 ‘잔혹한 책읽기’의 저자 강대진씨가 감수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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