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보도를 전후하여 조승희 사건은 점점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 사람들이 “이것은 국적하고 관련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다며 위안을 삼지만, 현지 분위기는 안 그렇다. 이런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어떤 인간이길래 그런 일을 저질렀나를 생각해 보게 마련이다.
이때 두드러진 특징이 국적(國籍)이다. CNN은 이미 한국에서 사고 학생(조씨)이 살던 집을 취재해서 계속 방송으로 내보내며 “이렇게 못살던 사람이 미국에 왔는데, 적응을 못하여…. 그 결과 미국 사회에 대한 혐오감과 열등의식 때문에 사고 쳤다”고 말한다.
사건 직후 미국에 유학 가 있는 제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안부를 물어보았다. 어느 학교에서는 한국인 유학생 차를 망가뜨린 경우도 있고, 길 가는데 차를 타고 가던 사람이 “You go home!” 하고 소리치며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현실은 재미 한국인들이 스스로 주눅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임에 나가는 걸 자제하고, 외출도 삼가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유럽이나 호주에 유학 가 있는 학생들도 다 함께 조심하고 있다니, 전 세계적으로 코리아 이미지가 위기에 처한 셈이다.
만약 어느 기업의 직원 중 하나가 유니폼을 입고 이런 짓을 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뭐 이런 일은 어느 회사 직원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유감이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회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사고로 이해해 달라”는 태도로 나올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이미지 관리는 문제를 직면해야지,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사고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후 처리를 했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1982년 시카고에서 발생한 Johnson & Johnson(J&J) 회사의 타이레놀 사건이 있다. 어떤 정신이상자가 캡슐약을 열고 청산가리를 집어넣어서 이를 사먹은 사람들이 사망한 것이므로, J&J가 잘못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J&J는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수억 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멀쩡한 타이레놀을 전량 폐기시켰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집에서 먹던 타이레놀까지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해 주었다. 이런 적극적인 대응으로 J&J는 사고 후, 오히려 ‘포천’지(誌)가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해마다 오르는 기업이 되었다. 적극적인 대처로 위기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 중에 단위 면적당 매출액이 가장 높은 곳이 있었다. 그런데 1989년 어떤 정신이상자가 오후 4시경, 학교를 파한 학생들이 잔뜩 몰려 있었던 맥도날드 상점에 들어와서 기관총을 난사하여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논리적으로 보면 맥도날드는 아무 책임이 없었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그 상점을 시(市)에 기증하여 추모공원을 만들었다. 그냥 유감의 뜻만 전하고 나 몰라라 하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더욱 신뢰받는 맥도날드가 되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되는 것이므로, 정부가 사건의 문제점을 직시하여 국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미국의 주요 방송에 진솔한 사과와 유감을 나타내는 광고라도 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한국인은 직접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진솔하게 미안해하고, 적극적으로 위로하려 성의를 다하는구나” 느끼게 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우리하고 별 관련이 없는 척, 피하고 싶다. 하지만 그 대가는 반드시 우리 국민 전체가 장기적으로 치른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코리안이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해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박히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는 전 세계 사람들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미움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코리아라는 브랜드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완전히 각인되기 전에 빨리 서둘러야 한다. 부정적인 이미지는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파워풀하다. 이미지의 공식은 10 빼기 1은 0이다. 열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다 날아간다는 말이다. 엑스포나 아시안게임을 유치하여 애써 올린 국가 이미지를 한번에 갉아 먹을 수 있는 큰 사건이니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