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이 경악… 주말까지 희생자 애도 조기 게양

입력 2007.04.18 00:49 | 수정 2007.04.18 02:27

TV 정규프로 중단 “어떻게 한명이 이런 참극을…”
아시아계 학생들은 인종갈등으로 번질까 걱정

미국 사상 최악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경악에 빠졌다. 미국인들은 특히 자신들의 기억에 생생한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15명 사망) 이후 각 학교가 치안 유지에 그토록 노력을 기울였는데, 또다시 범인이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32명을 살해할 수 있었다는 데에서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16일 미국 전역에는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애도하는 조기(弔旗)가 게양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버지니아 공대 대학살’이라고 표현하면서 정규편성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긴급기사로 다루고 있다. 또 범인이 한국 유학생이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아시아계 학생들은 이번 사건이 인종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추모와 분노로 얼룩진 하루=16일 밤에는 버지니아 공대가 있는 블랙스버그 장로교회에서는 수전 버브러지(Verbrugge) 목사와 150여 명의 신도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인근 다른 교회에서도 신도들이 모여 충격 속에 추모식을 가졌다. 학교 내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학생들이 3~4명씩 모여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슬픔을 나누었다. 일부 학생들이 조의를 표시하는 뜻에서 학교 내에 붉은색의 ‘VT’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학교측은 ‘대학살’ 후에 모든 캠퍼스 출입문을 봉쇄했고, 17일까지 수업을 전면 취소했다. 또 학부모들이 기숙사 학생들과 안전하게 만나 무사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남의 장소를 긴급히 만들기도 했다.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은 이날 “어떻게 한 명의 범인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학교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컬럼바인 난사에 빗대, 조지아 공대를 ‘칼리지 컬럼바인(College Columbine)’이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학생 블레이크 해리슨은 “총소리를 듣고 대학 행정실에 전화했더니 ‘조심해서 강의실로 가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대학측이 이렇게 상황 파악도 못할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찰스 스티거(Steger) 버지니아공대 총장은 “어떻게 이런 사건이 우리 대학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치인들 애도발언 잇따라=조지 W 부시(Bush)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으며, 모든 미국인이 이 비극을 공감하고 있다”며 희생자 가족과 버지니아 공대 대학생들을 위로했다. 낸시 펠로시(Pelosi) 하원 의장은 “정말 끔찍한 비극”이라며 충격을 표시했다.

NBC·CBS 방송은 저녁 뉴스 메인 앵커를 현장에 급파해, 생중계 보도를 하면서 생존자들을 인터뷰했다. ABC 방송도 17일 저녁 방송을 사고 현장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AP 통신은 사망자 가운데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뛰어난 연구성과를 낸 교수들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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