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2.0 시대… 태양의 제국 썬이 부활한다

    입력 : 2007.04.12 23:19 | 수정 : 2007.04.12 23:19

    “서비스부문 아·태본부 7월 한국으로 옮길 것”

    미국의 썬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이하 썬)는 90년대 ‘닷컴 버블’ 시절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인터넷을 운영하는 기본 장비인 썬의 서버컴퓨터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문물량이 폭증했다.

    닷컴 버블의 가장 큰 수혜주였던 썬은 2000년대 들어 버블이 꺼지자 제일 큰 타격을 받았다. 신규 주문은 급감했고, 업계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남아도는 서버 컴퓨터는 ‘땡 처리’ 시장에서 거래됐다. 썬의 공동 창업자이자 2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스콧 맥닐리는 CEO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태양의 제국’ 썬은 맥닐리의 후임 CEO인 조나단 슈워츠(Jonathan Schwartz·41)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슈워츠는 마치 20대 청년을 연상시키는 앳된 얼굴에 10 년 넘게 길렀다는 꽁지머리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인 인물이다. 개인 블로그(blog)를 이용해 전세계 임직원과 경영정보를 공유하고, 틈날 때마다 부엌에 들어가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는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썬은 작년 4월 슈워츠 CEO가 부임한 이후 130억 달러의 연 매출을 올리며 웹 2.0 시대의 주도적 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썬을 부활시킨 슈워츠 CEO를 이메일로 단독 인터뷰했다.



    썬 제공
    ―2005년까지만 해도 적자를 거듭하던 썬이 흑자로 돌아선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 내가 CEO가 됐을 때, 썬은 이미 혁신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썬의 제품군을 보다 강력하면서도 다양하게 재편하는 작업이었다. 특히 썬이 설립 초기부터 지향해온 ‘네트워크가 곧 컴퓨터’(The network is the computer)라는 콘셉트가 이제서야 빛을 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썬은 여러 컴퓨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다. 최근 참여·공유·개방을 내세운 웹 2.0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썬의 네트워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서로가 자유롭게 의견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닷컴 버블 때도 온통 장밋빛 전망만 가득했는데, 웹 2.0은 이와 다르다고 생각하나.

    “닷컴 버블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거품이 생겼던 것은 진정한 노력 없이 막연한 구상만 내세웠던 기업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새로운 인터넷 시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네트워크 기술은 향후 100년 간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다.”

    ―네트워크 기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현재 10억명 이상의 인구가 온라인 상에서 활동한다. 인터넷 사용자는 매주 1200만명씩 늘어난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최신의 기술·정보를 얻고 교류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예전과는 다른 기회와 선택권을 갖게 된다. 앞으로는 이를 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도 ‘썬’이라는 회사에서 창업주인 스콧 맥닐리 회장을 떠올리곤 한다. 당신과 맥닐리의 경영 스타일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스콧은 그야말로 전설적인 인물이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 20여 년 만에 회사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존경 받는 경영자였고, 정상에 서 있으면서도 늘 한 단 계 더 발전된 일을 하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는 나도 마찬가지다.”

    스콧 맥닐리는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였다. 이에 비해 슈워츠는 보다 개방적이고 부드러운 스타일이다. 그는 올 초 다소 소원한 관계였던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이커 인텔과 제휴관계를 복원시켰다. 썬의 신형 서버에 인텔 칩을 장착하고, 디자인·마케팅 자원도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CEO로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경영 원칙은.

    “항상 정직하고 성실하게 행동하자는 것이다. 일시적 편법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지속되는 성장을 이뤄내기는 어렵다. 썬은 윤리·정직·원칙존중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개인적으로도 블로그 마니아로 유명한데, 왜 블로그에 열심인가.

    “CEO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직원과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는 누구와도 부담 없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다.”

    슈워츠는 포천 500대 기업 CEO 가운데 개인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는 몇 안 되는 CEO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블로그는 현재 영어·한국어 등 10개 국어로 서비스된다.

    ―블로그 활동이 실제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나.

    “블로그를 통해 나는 평소 쉽게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 내 생각을 그들과 공유하고 피드백까지 직접 받을 수 있다. 개발자·고객·파트너 누구와도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 운영에서부터 기술개발과 기업문화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논의한다.”

    ―썬은 매년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간 20억달러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현재 전세계에 7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바(프로그래밍 언어), 솔라리스(컴퓨터 운영체제), 썬파이어(중대형 컴퓨터) 같은 제품은 이런 노력 하에서 탄생하고 발전돼온 것들이다. 연구개발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썬이 개발한 자바 소프트웨어는 전세계에서 45억대의 컴퓨터나 단말기에서 사용된다. 무료로 공개한 컴퓨터 운영체제인 ‘솔라리스 10’은 700만명 이상이 등록해 사용한다.

    ―썬의 한국사업 강화계획을 발표했는데.

    “썬의 주력 사업부문은 서비스·소프트웨어·스토리지·시스템이다. 이 가운데 서비스 부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싱가포르에서 올 7월쯤 한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한국 IT산업의 가능성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IT관련 신기술을 가장 빠르게 도입하고 활용하는 나라다. 앞으로 IT 신기술의 글로벌 표준화를 주도할 가능성도 크다. 전세계 IT업체가 한국의 신기술 도입과 진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취미활동은 무엇인가.

    “여가가 날 때마다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 부엌은 나의 사적인 공간이다. 종종 이 곳에서 블로그를 쓰거나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키워드> 썬마이크로시스템즈

    1982년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의 스콧 맥닐리가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IT기업이다. 공동 창업자인 스탠퍼드 동문들과 함께 네트워크 지향 기업이라는 뜻에서 ‘SUN’(Stanford University Network)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주력 상품은 기업용 서버컴퓨터와 운영체제. 90년 후반 닷컴열풍에 힘입어 고속 성장했다. 버블 붕괴 후 적자에 시달리던 썬은 작년 조나단 슈워츠를 새 CEO로 내세워 인력감축 및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슈워츠의 부임 이후 새로운 네트워크 수요가 촉발되는 웹 2.0 시대를 맞아 실적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

    매출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요리를 즐기고 있는 조나단 슈워츠.
    조나단 슈워츠(Jonathan Schwartz)

    지난해 4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CEO로 전격 발탁됐다. 20년 넘게 스타 CEO로 활동했던 창업자 스콧 맥닐리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물러나면서 후계자로 삼은 인물이 슈워츠였다.

    슈워츠는 적자에 허덕이던 썬의 실적을 부임 이후 불과 1년 만에 흑자로 돌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작년 말 비즈니스위크는 슈워츠를 ‘가장 놀라운 속도로 회사를 정상궤도로 올려 놓은 CEO’라고 극찬했다.

    미국 웨슬리언대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한 슈워츠가 썬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부터였다. 그가 설립한 ‘라이트하우스 디자인’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썬에 인수된 것이다. 스탠퍼드대 출신이 주류인 썬에서 그는 탁월한 실적으로 맥닐리의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소프트웨어 담당 임원, 부사장,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내며 썬의 오픈소스 및 표준화 전략을 주도했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 시작한 블로그에 흠뻑 빠져있다. 현재 10개 국어로 서비스되는 그의 블로그는 한 달에 5만 명 이상이 찾는다. 슈워츠는 “블로그에 회사 경영정보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회사 법률팀의 자문에 놀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장문의 편지를 써서 “블로그에서 경영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 사무실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살고 있다. 요리가 취미이고, 부인과의 사이에 딸 둘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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