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67건이던 우리나라 10대 성폭력사건(강간, 강제 추행, 강간 미수 등 포함)은 지난해 1810건을 기록, 8년 만에 3배 넘게 폭증했다. 10대 성범죄 발생률이 점차 줄어드는 미국, 일본 등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10대들의 성폭력 행위도 마치 ‘도덕 신경’이 마비된 듯하다. 학교 안과 밖, 장소 가리지 않고 범죄가 발생하고, 심지어 학생들이 동료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돈을 챙기는 일까지 속출하고 있다.

◆한국형 10대 성폭행의 특징

본지가 최근 발생한 10대 성폭행 10여건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10대 성폭행은 대략 ‘인터넷 채팅(또는 성추행)→약점 폭로 위협→1대1 성폭행→다시 폭로 위협→집단 성폭행’의 악순환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1명의 여학생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잔인함이 나타난다.

예컨대 지난 2월 초 광주광역시 북구에 사는 A(16·고1)군은 인터넷 채팅으로 B(14·중3)양을 만났다. 이후 A군은 채팅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해 학교 화장실에서 B양과 성관계를 맺고, 이 사실을 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다른 남학생들을 끌어들여 11차례나 B양을 망가트렸다. 우리나라 10대 성폭행의 다른 특징은 유난히 집단 성폭행이 많다는 점이다. 10대 강간범의 절반 가량이 집단 성폭행을 했다. 성인은 70%가 단독범이다.

조아미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10대들은 또래문화가 강해 집단 범행에 가담하는 일이 많다”며 “함께 범죄를 저지르면 책임감이나 도덕 관념도 덜해져 죄의식 없이 쉽게 성폭행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죄의식이 없다

성폭행을 저지르는 연령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4세 미만이 저지른 성범죄(42건)는 3년 전(14건)에 비해 3배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14세(중2)의 성범죄도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19세(대1)의 성범죄는 3.6% 줄었다. 지난해 성폭력 가해자로 붙잡힌 10대 가운데 중3이 저지른 범행건수(284건)가 오히려 대학 1년생의 범행건수(240건)보다 더 많다.

가해학생들은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이 이수정 경기대 교수팀과 함께 ‘남양주 집단 성폭행사건’에 가담한 중학생 6명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반(反)사회성은 평균 55점(50점 이상 고위험)인 반면 피해자에 대한 죄의식은 37~47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