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 한국인들은 왜 ‘돼지 뱃살’에 열광하나

    입력 : 2007.03.30 22:29

    “삼겹살 대신 돼지 등심, 안심, 뒷다리도 먹자는 광고를 많이 하던데 왜 삼겹살만 찾는지 모르겠어요.”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리 소비자의 삼겹살에 대한 집착이 놀랍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지 1월 2일자 B1면 보도〉

    # 1인당 年 46인분 먹어치워 

    대한양돈협회는 2001년부터 ‘삼겹살 말고 다른 부위도 먹자’는 광고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 그럼에도 삼겹살 소비는 더욱 늘고만 있다.

    농촌경제연구소가 추정한 2006년도 전체 돼지고기 소비량은 88만5900여t. 이중 삼겹살 소비량이 절반을 차지한다. 1인당 삼겹살 소비량은 연 9㎏쯤. 200g을 1인분으로 치면 매년 46인분, 매달 4인분 가까운 삼겹살을 먹는 셈이다. 이는 소고기 전체 1인당 연 평균 소비량 6.8㎏, 닭고기 8.0㎏보다도 높다. 한국인은 왜 돼지고기 부위 중에서 하필 삼겹살에 끌리는가.

    음식의 구성요소는 영양 성분과 비영양 성분으로 구성된다. 영양성분이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등 에너지 생성과 관련된 요소들이다. 반면 비영양 성분은 이와 상관없이 맛 성분, 색소, 향, 조직감 등으로 구성되며, 이중 맛 성분은 대부분 지방에 녹아 있고, 단백질에 소량 포함되어 있다.

    삼겹살의 경우 지방과 단백질이 불에 구워지면서 발생하는 휘발성 물질의 고소한 향(香)이 입맛을 돋우고, 분해된 지방산과 아미노산의 조화가 혀끝을 자극한다. 또 곁들어 먹는 상추, 깻잎 등과 소금, 기름장 등으로 식성에 맞는 맛과 향을 조절할 수 있다.


    # 두툼한 지방이 맛의 근원

    삼겹살은 한마디로 돼지 뱃살. 털이 짧은 돼지는 피하 지방층을 만들어 추위를 피한다. 운동을 안 시키고 사육하는 돼지의 배에서 지방과 단백질이 층을 이뤄 자연스레 만들어진 부위가 삼겹살이다. 그래서 다른 돼지고기 부위에 비해 삼겹살의 지방 함량은 특히 높다. 전체 성분의 28.4%가 지방이고, 수분 53.3%를 제외하면 단백질 17.2%, 탄수화물은 0.3%가 전부다. 이는 타 부위의 지방 함량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돼지는 배와 목 부분을 제외하고는 음식으로 쓸 수 있는 지방이 별로 없다. 목살의 지방은 9.5%이고, 갈비 13.9%, 등심 19.9%, 안심 13.2%에 불과하다. 두께가 5~6㎝ 되는 등지방은 소시지를 만들 때 첨가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코기가 붙어 있지 않은 이 부위를 따로 먹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풍부한 지방 함량이 삼겹살 특유의 맛과 향을 극대화시킨다고 분석한다.

    서울대 식품영향학과 이연숙 교수는 “삼겹살은 지방이 풍부해 고소한 맛과 특유의 향이 잘 살아나는 음식이다”며 “30% 가까운 지방의 고소하고 얕은 맛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삼겹살 특유의 조직감, 즉 씹는 느낌도 삼겹살에 끌리게 만드는 요소다. 농촌자원개발연구소 김행란 농업연구관은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식품일수록 식감(食感· 사람이 음식을 먹으며 입 안에 느끼는 감촉)이 중요한데, 삼겹살과 같이 지방이 많은 음식은 특히 씹는 맛이 부드럽고, 쉽게 잘 넘어간다”고 전했다. 저지방 아이스크림의 조직감이 꺼칠꺼칠해 사람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삼겹살의 지방에는 돼지고기의 기타 부위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맛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삼겹살이라고 해서 기타 지방들과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삼겹살 맛의 특징은 지방의 ‘질이 아닌 양(量)’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식품연구원 양승용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삼겹살 지방이 엉덩이살이나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 지방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절반 가까운 수분 함량과 30%에 육박하는 지방, 약 20%에 달하는 단백질 성분비와 함께 쌈장과 김치, 야채를 곁들여 먹는 독특한 쌈 문화 때문에 삼겹살에 매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춥고 배고픈 시절의 영양식

    영양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난방시설이 변변찮고, 입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인체에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지방 함량이 높은 삼겹살을 많이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희대 한의학과 김남일 교수는 “가난하던 시절, 추운 겨울철을 준비해야만 하는 서민들에게 몸에 지방을 축적하는 일은 생존의 방식이었다”며 “짧은 시간 안에 부쩍 살이 찔 수 있다는 점에서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삼겹살에만 열광함으로써 나타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돼지를 키우는 축산농가의 경우, 삼겹살이 아닌 나머지 부위는 헐값에 수출하거나 햄을 만드는 육가공업자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 돼지 한 마리에서 삼겹살은 고작 10% 정도다. 등심, 안심을 비롯 앞다리, 뒷다리 살은 삼겹살 가격의 절반 또는 그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

    대한양돈협회의 한 관계자는 “등심이나 뒷다리 살은 삼겹살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삼겹살만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 때문에 돼지 축산농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산 삼겹살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산 돼지고기의 기타 부위 판매는 그만큼 줄어든다. 작년 한 해 삼겹살 수입량만 해도 9만2638t으로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44%를 차지했다. 목심 4만2442t(20.2%), 갈비 2만5415t(12.1%), 앞다리 2만1427t(10.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수입국으로는 미국, 캐나다, 칠레,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다각화되어 있다. 국내 생산량은 11만2260t으로 전체 돼지고기 생산량 65만9200t의 17%에 이른다.


    # 소주 한잔의 유혹 비만 불러

    삼겹살이 중년층의 주(主)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2005년 국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삼겹살은 30~40대 남성 에너지원의 5위, 50~60대의 3위(1위는 쌀)에 올라와 있다.

    더욱이 소주가 에너지원 2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은 심각한 비만을 부르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만 20세 이상 성인 한 사람이 소비한 소주만도 연 90병. 한달 평균 7.5병, 매주 1~2병은 마시는 꼴이다.

    전체 소주 판매량도 1억848만 상자(한 상자 당 360㎖ 30병)로 2005년 1억167만 상자보다 6.7%나 늘었고, 매년 소주 판매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삼겹살과 함께 마시는 소주의 알코올 성분이 삼겹살 지방의 분해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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