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다국적기업, 21년만에 한국 철수

    입력 : 2007.03.29 00:52 | 수정 : 2007.03.29 15:04

    전문가 “강성노조와 高임금에 매력 잃어”

    스웨덴의 세계적인 식품·음료 포장용기 업체인 테트라팩이 한국에 생산기지를 설치한 지 21년 만에 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테트라팩의 데스몬드 조셉(Des mond Joseph) 동북아·오세아니아 지역 본부장은 28일 “본사에서 한국 생산법인인 테트라팩 여주 유한회사를 폐쇄하고, 판매·마케팅 법인인 테트라팩 코리아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테트라팩 여주는 지난 9일 공장 폐쇄 방침을 직원 111명 전원에게 통보하고, 노조와 퇴직위로금·전직지원 서비스 등을 협상 중이다.

    조셉 본부장은 경기도 여주 공장 폐쇄 이유에 대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재편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중국과 일본 공장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테트라팩은 우유 곽처럼 4면으로 된 종이 용기와 포장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로, 전 세계 57개 지사와 48개의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으며, 매출액이 2005년 기준으로 연간 81억유로(10조1400억여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이다.

    회사측은 공장폐쇄와 노조의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이 회사의 노사협상 조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 노동부 한 관계자는 “강성노조가 매년 무리한 요구로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높은 임금 수준과 강성노조 등 기업 환경이 경쟁국에 비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 매력을 잃고 철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주 공장은 연간 25억개의 팩을 생산해왔으며, 이 중 45%는 일본으로 수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품질에 대해 일본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테트라팩 본사는 아예 일본 수출물량을 일본 내 공장에서 생산키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거의 절반 가까운 시장을 잃은 위기상황에서도 무려 19%에 달하는 기본급 인상안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회사는 노조에 파업을 벌이지 않는다는 평화협정을 맺고, 다른 회사의 노동쟁의에 개입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지난해 5월 시작한 임금협상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타결되지 않고 있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일찌감치 공장을 폐쇄하기로 하고 일부러 품질 문제를 꼬투리 삼아 수출물량을 일본으로 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화섬연맹 소속인 이 회사 노조는 2003년 여름 1개월 가량 장기파업을 벌였다. 공교롭게 2003년 테트라팩과 비슷한 시기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레고코리아는 2005년, 제약업체 로슈는 2006년에 각각 한국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노사관계가 불안하면 품질과 납기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그런 위험을 안으려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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