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20대 여성 도이나 붐베아씨는 어떻게 해서 29년 전에 북한으로 납치됐고 이 과정은 어떻게 알려졌을까. 이를 추적해 온 현지 신문 ‘에베니멘툴 질레이’는 1년6개월간의 취재 끝에 전 과정을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다.
◆탈영 미군 젠킨스의 회고록이 계기
붐베아의 납북 가능성은 2005년 월북 미군 탈영병 로버트 젠킨스(Jenkins)씨의 회고록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주한미군 근무 중 월북했던 젠킨스는 평양에서 일본인 강제 납북자인 소가 히토미씨와 결혼했다. 젠킨스는 2004년 회고록에서 “내 아내가 평양에 거주할 때 외국 여성 세 명과 같이 지낸 적이 있고 그 중 루마니아 여성이 한 명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여성의 이름은 ‘도이나’였다. 젠킨스는 ‘도이나’는 북한 공작원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쳤으며 북한 당국의 지시로 월북 미군 탈영병인 조 드레스녹(Dresnok)씨와 결혼했지만 1997년 암으로 사망(당시 47세)했다고 밝혔다.
◆고위장성의 딸로 조각가로 활동
질레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붐베아는 1950년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출생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장성급까지 지낸 루마니아의 군 지휘관이었다. 붐베아는 65년 예술고로 진학해 조각을 공부했고 4년 뒤에는 예술대에 진학했다. 그녀는 이후 1970년 이탈리아 남성과 결혼해 이탈리아로 건너가 조각가로 활동했다.
가족들은 당시 붐베아와 자주 연락했다고 한다. 그의 동생은 “2주에 한 번씩 전화를 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런데 78년 10월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가족들에 따르면 실종 직전 한 이탈리아 남성이 접근해 “일본에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제의를 했다고 한다.
◆가족들 북한서 찍은 다큐멘터리로 확인
젠킨스가 말한 ‘도이나’가 ‘붐베아’라는 것은 2006년 우연히 확인됐다. 북한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영국 감독 대니얼 고든씨는 탈영 후 44년간 북한에 살고 있는 드레스녹의 평양생활을 담은 영화를 1월 내놓았다.
드레스녹은 영화에서 동구권 출신의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가브리엘’을 소개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보던 붐베아의 가족들은 가브리엘의 모습이 실종된 붐베아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 게다가 ‘가브리엘’이란 이름은 바로 붐베아의 동생 이름이었다. 붐베아의 동생 가브리엘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눈·코·입술이 누나와 너무 닮았다”며 “나를 사랑했던 누나가 가족을 그리며 나와 같은 이름을 지어준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