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왕복선을 쏘아올리거나 우주 정거장을 만드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음악 작품도 위촉한다. NASA는 보이저 우주 탐사선 발사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0년 현대 음악 전문 실내악단인 크로노스 4중주단(Kronos Quartet)에 실내악 작품을 위촉했다.

의뢰 내용은 기발했다. 보이저 탐사선이 지난 1977년부터 우주에서 채집한 파동(波動)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우주의 소리를 실내악으로 담아낸다’는 언뜻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에 크로노스 4중주단은 도전했다.

아이오와 대학의 돈 거넷 물리학 교수와 현대 음악 작곡가 테리 라일리,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윌리 윌리엄스 등이 참여하며 프로젝트는 점점 구체화됐다. 거넷 교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신호를 채집하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전환하는 데 40여 년을 보낸 과학자다. 라일리는 이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소리들을 고른 뒤, 이 소리를 집어넣으며 10개의 악장으로 된 90여분 길이의 4중주 곡을 썼다.

윌리엄스는 NASA로부터 받은 우주 사진과 슬라이드 등을 이용해 무대를 만들어냈고, 크로노스 4중주단은 2002년 ‘선 링스(Sun Rings)’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을 세계 초연했다.

크로노스 4중주단은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 작품들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리더이자 제1 바이올린 주자인 데이비드 해링턴(Harrington)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려는 일은 미래의 하이든과 베토벤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주는 일이다. 고전 작품은 이미 전 세계의 수많은 실내악 그룹들이 연주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 시대의 작품으로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1973년 결성 이후 바르토크와 쇼스타코비치, 베베른 이후의 현대 음악을 중심으로 연주하고 있으며, 초연한 신작만 600여곡에 이른다. 아스트라 피아졸라의 탱고부터 지미 헨드릭스의 록 음악까지 이들의 ‘음악 재료’에는 끝이 없다. 30년 이상 현대 음악을 파고든 이들을, 지난해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4중주단’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오는 24일 낮 3시 통영시민문화회관과 27일 오후 8시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선 링스’가 아시아 초연된다. 통영국제음악제에 초청 받은 이들은 개막일인 23일 오후 7시30분에 이도희의 ‘시나위’와 윤이상의 현악 4중주 5번 등을 연주한다. 문의 055-645-2137(통영), 02-2005-0114(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