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데스크] 그릇된 UCC가 부른 음란물 참사

입력 2007.03.21 22:33 | 수정 2007.03.22 03:03

황순현 인터넷 뉴스팀장
요즘 국내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은 매순간 등골이 오싹할 것 같다. 최근 포털 사이트 야후코리아에 포르노 비디오가 떠서 6시간 동안 어린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21일에는 국내 1·2위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에도 준(準)음란물이 상당 시간 게재되었다가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음란물들은 포털업체가 아닌 사용자가 직접 웹 사이트에 게재한 것들이다. 쉽게 말해 요즘 유행하는 UCC(User created content·사용자 제작 콘텐트)의 일종이다.

사실 인터넷에 음란물이 지천으로 넘쳐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인터넷을 약간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면 웹사이트를 뒤져 음란물을 간단히 찾아낼 수 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음란 스팸 메일 및 음란 휴대폰 문자 메시지는 무차별 살포되고 있다. 포털·언론사·커뮤니티 웹 사이트들의 댓글이나 게시판 코너에는 근친 상간이나 변태 성행위 음란물을 선전하는 글들이 버젓이 게재돼 있다. 기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에도 가끔 음란물과의 삭제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음란물 파문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UCC 광풍(狂風)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심각하다. 야후코리아의 사례를 보자. 야후코리아는 동영상 UCC 손님을 끌기 위해서 ‘야미’라는 야릇한 이름의 웹 사이트를 구축했다. 야미는 원래 일본말로 어둠(暗·闇)을 뜻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뒷거래’ 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한 술 더 떠 야후는 네티즌이 올린 UCC 콘텐트에 클릭 수가 몰리면 자동적으로 최고 인기 동영상으로 떠오르는 서비스 구조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야후코리아에 게재된 음란물은 클릭이 몰리며 웹 사이트에서 눈에 잘 띄는 공간을 차지했고, 순식간에 수만명에게 퍼져 나갔다.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 인터넷업체들이 UCC란 미명 아래 사용자들에게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올릴 것을 조장하고, 이것을 근거로 페이지뷰(Pageview·웹페이지 조회수)를 올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지금 이 순간 유명 통신업체가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나 유력 언론 매체가 운영하는 언론사 웹 사이트에도 누드에 가까운 자극적인 사진들이 넘쳐 난다.

걱정스럽게도 현재 국내 UCC 붐은 일부 왜곡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거 소수 전문가들만 독점하던 콘텐트 생산 기능이 일반인에게 확산된다는 UCC의 순기능은 날이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대신 일부 인터넷업체들은 어떻게 하면 돈 한푼 안 들이고 UCC를 긁어 모아 돈 벌이를 할 것인가를 궁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기류가 퍼지면서 결국 국내 UCC에는 불법 저작물이 판치고, 일부 인터넷업체들의 잘못된 UCC 올인 전략은 야후 음란물과 같은 참사(慘事)로 연결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음란물이 문제가 되면 며칠 동안 시끄럽다가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만은 대형 인터넷업체들이 음란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UCC문화를 키우는 장치들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음란물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는 업체라면 아예 UCC 서비스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렇지 않으면 UCC 붐은 어느 순간엔가 음란물 광풍, 불법 저작물 광풍으로 변질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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