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가슴곰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다음 달 본격 착수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9일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포획한 야생 산양 네 마리를 월악산국립공원에 4월 중 1차 방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산양은 생후 2~3년 된 암수 두 마리씩으로, 작년 11월부터 강원도 인제·화천 등지에서 포획돼 현재 강원도 양구군 산양·사향노루 종 보존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17호로 지정된 산양은 국내에 700~800마리가량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산양 복원 사업은 반달곰 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베리아 등지에서 반달곰을 들여와 국내 적응 기간을 거친 후 방사한 것과 달리 산양은 국내 산악지대에서 붙잡아 전국 곳곳에 풀어 놓음으로써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환경부 이상팔 자연자원과장은 “1950년대까지는 산양이 강원도·충청도·경상도 일대에서 쉽게 발견될 정도로 많았지만, 이후 밀렵 등으로 1960년대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1960년대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해에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산 아래 인가로 내려온 산양들이 탈진한 채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산양은 대부분 비무장지대 일대와 설악산을 비롯한 강원도 깊은 산속에 서식하고 있다. 월악산에는 산양이 15마리 안팎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978년 설악산 눈사태 당시 구조된 산양 한 쌍을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모두 6마리로 증식한 뒤 월악산에 방사했고, 이후 자연번식 과정을 거치며 늘어났다.
하지만 “같은 부모에게서 난 산양들의 근친교배로 인해 유전적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지난해 8월 이번 방사 계획이 세워졌다. 강원도 일대 야생 산양을 월악산에 풀어놓으면 근친교배로 인한 문제점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에 방사 대상지로 월악산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방사될 산양의 귀에는 위치추적용 전파발신기가 부착돼 연구자들이 활동영역과 서식형태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멸종위기종 복원 1호 사업인 반달곰에 대해선 ‘실패’ 논란이 있지만 산양은 대형 맹수가 아니어서 더 쉽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2년 이후 반달곰 24마리가 방사된 지리산에는 현재 12마리만 남아 있다. 밀렵과 농부가 친 올무에 걸려 죽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빚어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