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4일 호적예규를 개정해 인명(人名)용 한자 113자를 추가 지정했다. '밝다'는 뜻의 랑(), '기운'을 뜻하는 행(), 야(野)의 옛 글자인 야(?) 등 민원인이 진정·건의한 한자 중 검토를 거쳐 추가된 글자들이다. 인명용 한자는 대법원 홈페이지(www.scourt.go.kr)에서 '전자민원센터→호적→호적신고→인명용 한자표' 순서로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이름에 쓸 수 있는 한자는 이로써 5151자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인명용 한자를 벗어난 한자로 이름을 지으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은 이름을 지을 때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공개했다.

한자 이름을 지을 거라면 인명용 한자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 출생신고가 접수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신고가 접수됐더라도 나중에 공무원이 직권으로 이름을 한글로 고치고 신고인에게 통지할 수 있다.

성을 제외한 이름에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서도 안 된다. 순 한글로만 짓든지, 한자이름으로 짓든지 해야 한다. 성을 제외한 이름이 다섯 자를 넘는 경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동일한 호적에 있는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이런 원칙을 다 지켰다면 괜찮은 것일까. 인명용 한자에는 ‘악(惡)’, ‘사(死)’자처럼 사회통념상 이름으로 쓰기에 적절치 않은 한자들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악마(惡魔)’라고 이름을 써낸 출생신고서가 접수된 적이 있다. 일 법원은 신고인에게 “이 이름을 그대로 호적에 적어서는 안 되고 새 이름을 신고하라”고 했다. 자녀의 복지에 명백하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 이름을 짓는 것은 친권(親權)을 남용한 것이라는 취지였다.

국내에서는 혐오감을 준다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만한 이름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사례는 없다. 다만 신생아 이름에 ‘표ㅍ’자를 사용한 출생신고서에 대해 ‘통상 사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발음도 불편해 자녀가 실제 그런 이름으로 사회 생활을 영위하면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접수가 거부된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