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안부 할머니’에 깜깜한 정부

입력 2007.03.02 00:28

정지섭기자·전국뉴스부
‘전국 평균 189만원, 많으면 230만원.’

여성가족부가 최근 만든 ‘2006년 위안부 할머니 생활실태’ 보고서의 ‘월 소득수준’ 항목이다. 다른 항목을 보면, 전체 위안부 할머니의 76%인 84명이 홀로 살고, 절반인 56명이 임대주택이나 요양시설에서 살고 있다는데, 월소득 200만원이나 된다니 수긍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부산(7명)·경북(9명)·전남(3명) 할머니들은 월 230만원인데, 서울(20명)과 인천(5명) 할머니들은 절반 정도인 월 120만원으로, 지역 차이도 컸다.

보고서를 만든 여성가족부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월 소득’은 74만원의 정부 지원금과 경로연금·교통수당에 지역별 지원금까지 다 합친 것이라고 했다.

의문이 풀리지 않아 이번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복지기관에 전화를 걸었다. 평균 월소득이 200만원으로 조사된 경기도 할머니 19명 중 9명이 사는 광주시 ‘나눔의 집’ 안신권 사무국장은 “이런 엉터리가 없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나오는 돈을 모두 합쳐도 12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부산지회장도 “무슨 근거로 부산 할머니들의 월 지원금을 평균 220만원으로 잡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황당한 ‘수치’에 대한 변명은 옹색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지 담당 공무원들이 보내온 자료를 단순 취합한 것이라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자체 워크숍 자료로만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만든 자료를 우리도 못 믿겠다”고 할 거면 왜 전문 조사요원을 직접 보내지 않고 해당 지방에 맡겼는지, 게다가 그 엉터리 자료를 워크숍 자료로 어떻게 쓰겠다는 건지….

한때 234명에 이르렀던 할머니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남은 분들은 이제 123명이다. 위안부 문제는 세계적 이슈가 됐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의 기초적 생활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