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의 진짜 ‘불편한 진실’

조선일보
  • 최규민기자
    입력 2007.03.01 01:30 | 수정 2007.03.01 15:24

    평소 에너지 절약 강조… 알고보니 자택 한달 전기료가 120만원

    환경운동가로 변신, 지구 온난화를 경고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로 최근 아카데미상을 받은 앨 고어(Gore·사진) 전 미국 부통령 자신에게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일반 가정의 에너지 절약을 강조해온 그가 알고 보니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수단체인 테네시 정책연구센터는 테네시 주 내슈빌에 있는 고어 자택의 전기요금 청구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 22만1000㎾h의 전기를 사용해 월 평균 1359달러를 전기료로 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이는 미 전국 가구의 평균 전기 소비량의 20배에 해당한다.

    이 단체는 특히 ‘불편한 진실’이 발표된 후 내슈빌 자택의 월평균 전력 소비량은 1만6200㎾h에서 1만8400㎾h로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고어는 방 20개가 있는 내슈빌 저택 외에 집 두 채를 더 갖고 있다. 이 단체 대표인 드류 존슨(Johnson)은 “고어의 집은 진입로 가스등과 온도조절 수영장, 전기문까지 갖추고 있다”며 “에너지 절약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탄소중립적(carbon-neutral) 생활방식’을 주창해온 고어에 대해 ‘위선자(僞善者)’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불편한 진실’의 성공으로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던 그로서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고어 측은 전기 소비량은 인정하면서도 고어와 그의 아내가 집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보통 가정보다 전기를 더 쓰게 된다고 항변했다. 또 지역 녹색 에너지 캠페인에 동참해 매달 432달러어치의 재생 가능에너지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어의 대변인인 칼리 크레이더(Kreider)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다큐멘터리의 주제와 고어 개인의 전기 사용량은 별개 문제”라며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화자(話者)를 공격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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