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마우스’ 채팅으로 구조요청…엄마 구한 장애인

조선일보
  • 김상민기자
    입력 2007.02.27 00:33 | 수정 2007.03.29 17:41

    ‘ㅇ…ㅏ…ㄴ…ㄴ…ㅕ…ㅇ’

    컴퓨터로 ‘안녕’이라는 글자를 치는 데 한참 걸렸다. 뇌에 1급 장애를 안고 있는 김세윤(33·사진 오른쪽)씨는 손과 발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머리 움직임으로 인사말을 치느라 시간이 걸렸다. ‘헤드 마우스’는 작년 9월, 김씨를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했다.

    컴퓨터 위에 부착된 카메라에서 발사되는 전파가 앞에 앉은 사람의 머리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으로 모니터에 글씨를 써주는 안경 모양의 특수 마우스다.

    이 헤드마우스가 김씨 어머니(사진 왼쪽)의 목숨을 구했다.
    작년 9월 26일 저녁 방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던 김씨는 어머니(김정희·59)의 신음 소리를 들었다. 보일러실을 청소하던 어머니가 천장 구석에 있던 말벌집을 잘못 건드려 말벌에 쏘인 뒤 거실에 와서 쓰러졌던 것이다. “엄마… 엄마….”

    김씨는 엄마에게 가려 했지만 손발 장애로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황급히 헤드마우스를 이용해 온라인 메신저로 친구에게 화상채팅을 걸었다. “엄마… 아파… 119… 119….” 이윽고 구급차가 출동했고, 어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고 깨어났다. 의사는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 변을 당할 뻔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남들은 장애인 아들 때문에 힘들겠다고 하지만 내겐 복덩이”라며 “아들이 아니었으면 난 지금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김씨는 조만간 헤드마우스와 이별하고 다시 암흑으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그의 헤드마우스(가격 160만원)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체험용으로 잠시 빌려준 것이기 때문이다. 김씨 가정은 10년 전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어려워졌다.

    부친은 집을 떠났고 김씨와 어머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보조금에 장애인 수당을 합쳐 월 60만원 정도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고, 이마저도 빚을 갚느라 다 쓰지 못한다. 김씨는 헤드마우스로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늦었지만… 하고 싶은 거… 많아…. 중학교 검정고시… 물리… 공부… 스티븐 호킹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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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 보조공학기기인 헤드마우스를 이용, 말벌에 쏘여 혼수상태였던 어머니를 구한 김세윤씨. /조선일보 김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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