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식 쌓고 영어 실력도 쑥쑥

조선일보
  • 김윤덕기자
    입력 2007.02.26 22:17

    여덟 살 상민이의 ‘반크’회원 활동기

    새 봄 2학년이 되는 상민(8)이가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은 숙제를 마친 뒤 컴퓨터 앞에 앉을 때다.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아니다. 케냐에서 날아왔을 이메일이 상민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 퀸’이라는 아이디(ID)를 가진 케냐의 여자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지 3개월째. “저보다 두세 살 많은 것 같지만 그냥 친구로 지내요. 영어를 굉장히 잘해서 놀랐고요, 가난한 케냐에도 학교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잠시 아프리카로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순간이에요.”

    케냐 친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친구와 이메일로 사귀게 된 건 사이버 민간외교사절단 ‘반크’(www.prkorea.com) 덕분이다. 지난해 9월 우연히 사이트를 알게 돼 12월 최연소 회원으로 가입했다.

    ▲“내 꿈은 유엔 천사!”반크 회원이며 굿네이버스‘100원 천사’로 활약하는 상민이와 엄마 강동희씨. /조선영상미디어 허재성기자 heopoto@chosun.com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서 본 영화 ‘호텔 르완다’가 계기가 됐다. “내전이 일어나 무고하게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호텔 지배인 폴 아저씨가 죽음을 무릅쓰고 구해준다는 내용이에요. 한 사람의 용기가 수천 명을 살릴 수 있다는 감동을 안겨주었죠.” 상민이가 유엔(UN)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영화 덕분이다. “르완다 내전에 유엔이 개입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신경전이 펼쳐지거든요” 하고 설명해주는 엄마 강동희(39)씨는 “유엔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냐, 왜 빨리 르완다 사람들을 구해주지 않느냐 등등 그때부터 상민이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답니다” 하며 활짝 웃었다.

    반크에 가입한 뒤 상민이는 지난 1월 KBS ‘열린음악회’를 통해 유엔 사무총장이 된 반기문 총장에게 TV로 메시지를 띄우는 기회도 얻었다. 전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굿 네이버스’(www.goodneighbors.org)에서는 ‘100원의 천사’로도 활동한다. ‘100원의 기적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고 어른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설득하는 일이다. “100원이 있으면 북한 아이들이 달걀 20개를 살 수 있고 케냐 아이들이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대요.”

    영어는 ‘덤’이다. “다섯 살 때부터 영어 유치원에 다니긴 했지만 크게 늘지 않더니 외국 아이들에게 이메일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휘가 부쩍 늘었다”고 엄마는 전한다. “영어는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란 걸 스스로 알게 돼 기뻐요. 저도 사교육에 관심 많은 엄마였는데, 상민이가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목표를 정한 순간 욕심을 버렸지요. 성공을 위해 정해진 코스로 모든 아이들이 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상민이와 가족들은 1년 뒤 파라다이스 퀸이 살고 있는 케냐로 날아가 아프리카의 삶을 직접 체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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