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사랑] 대륙사관과 반도사관

조선일보
  • 이덕일·역사평론가
    입력 2007.02.25 23:09

    혜풍(惠風) 유득공(柳得恭)은 정조 9년(1785)에 쓴 ‘발해고’ 서문에서 ‘부여씨(백제)가 망하고 고씨(고구려)가 망하자 김씨가 남쪽을 차지하고, 대씨(大氏:대조영)가 북쪽을 차지해 발해를 세웠다. 이것이 남북국이니 마땅히 남북국사가 있어야 하지만 고려가 편찬하지 않았으니 잘못이다. 무릇 대씨가 누구인가? 바로 고구려인이다’라고 말했다. 고려 이래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반도사관의 틀을 깨고 대륙사관을 주창한 혁명적 사론이다. 반도사관의 가장 큰 희생물이 고조선이다. ‘신편 일본사연표(新編日本史年表:第一學習社:2000년)’는 고조선을 아예 생략한 채 낙랑·대방군으로 대치하고 그 위치를 평남과 황해도로 표시했다. 일제 식민사관의 논리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도 고조선을 반도에 가두려고 노력한다. 동북공정 이론 제공자의 한 명인 손진기(孫進己)는 ‘동북민족원류(東北民族源流)’의 ‘조선족(朝鮮族)의 원류’편에서 ‘중국의 상(商)·주(周)시기(B.C.11세기)에 원래 중국 요동 지역에 살던 동이인(東夷人)들이 한반도로 이주하기 시작했다…요동식 석붕(石棚:고인돌) 및 청동단검(비파형동검)이 한반도 북부에 분포된 것도 동이족의 한반도 진입의 유적이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만주대륙에서 한반도 남부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비파형동검과 고인돌이 고조선의 강역을 나타내는 표지유물이라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고조선의 대륙성이 드러나면 동북공정의 논리가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사학계도 얼마 전까지는 고조선 강역을 평남 일대로 보아왔으나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 4권(1997년)’은 ‘최근 요동지역의 고고학적 발굴 성과와 문헌 고증에 의거할 때 고조선의 초기 중심지는 현재의 요동지역으로 보는 것이 옳으리라 생각된다’라고 보다 전향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2007학년도 국사교과서가 단군왕검 기술을 보다 단정적으로 바꾸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차제에 고조선 강역의 대륙적 성격에 대해서도 보다 분명하게 기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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